미국 월가의 전문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교과서처럼 널리 읽혔던 "주식
분석 (Security Analysis)"이라는 책의 저자인 벤쟈민 그레이험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이하의 가격으로 주식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맥켄지사의 보고서에 의하면 M&A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조차 전체
M&A 건수의 60% 이상이 투자한 금액에 대한 이자는 커녕 인수 원금도 건지지
못하는 손해를 보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이루어진 투자나
인수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 대기업의 해외, 특히 미국 기업 사냥은 주식 투자나
M&A의 기본적인 원칙(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그 이하 가격으로 매수)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인수 후에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적자상태다.

앞으로도 그 적자가 흑자로 전환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인수 당시에는 인수기업이 매우 성장성이 잇고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며 그 외에도 복합적인 인수 효과가 있으리라는 판단에서 그 기업을
인수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M&A는 기업인수 후에 피인수기업의 적자가 누적되는 만큼
실패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하여 국내 자금이 해외로 빠려나가든지 아니면 해외에서
차입을 통하여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톰슨사의 인수가 시도됐다.

가전사업 부문만을 인수하려 했으나 자존심 센 프랑스 국민의 여론과 이를
등에 업은 프랑스 언론과 정치인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M&A의 원칙만 놓고 볼때 톰슨사 가전사업부문 인수
실패가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가 만약에 잘못될 경우 그 손실은 결국 국내기업
으로 되돌아올 터이니까.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