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주식투자 패턴이 바뀌고 있다.

외국인 한도 확대 때마다 장외프리미엄이 높은 우량주식을 한꺼번에 사들인
뒤 장기보유하던 방식에서 대중성이 높은 저가대형주를 사들인뒤 이익이
나면 발빠르게 처분하는 단기투자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매수한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사지 말고 언제 차익매물을
내놓는지를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13일 대우중공업을 1백33만주나 사들인 이후 20일까지
4백80만주나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주가는 일주일새에 5천원에서 8천2백70원으로 65.4%나 뛰었다.

외국인들은 주가가 이처럼 오르자 21일부터 4일 연속 순매도했다.

주가가 7천2백30원으로 12.6% 떨어지자 다시 매집에 나섰다.

상업은행도 비슷하다.

5월28, 29일 68만주를 산 뒤 30, 31일에는 65만주를 내다팔았다.

외국인 투자가 "단기매매"로 바뀐 것은 지난달 13일부터.

엔.달러환율이 달러당 1백27엔대에서 1백11엔까지 폭락(엔화가치 상승)
하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주된 투자대상은 엔화 강세의 혜택이 예상되는 대우중공업 LG전자 등.

회사채 수익률이 11%대로 하락한 지난달 28일을 전후해선 동원.대우증권과
상업은행으로 매수행렬이 옮겨졌다.

5월13일부터 5월말까지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천5백51억원.

이는 5월 한달동안의 순매수 규모(1조1천67억원)의 41.1%에 달한다.

한도 확대 당일(5월2일)의 6천1백55억원을 제외할 경우 엔화 강세 이후
매수가 본격화됐음을 알수 있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6월들어서도 벌써 1천5백37억원(2~4일)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매입한 것은 동남아지역에서 한국이 상대적으로
투자유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옥성 WI카증권 서울지점장은 "홍콩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고 대만
증시도 급등한데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은 경기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한국이 상대적으로 각광받고 있다"며 "엔.달러환율 안정에 따른 환차손
우려가 줄어들고 금리도 떨어지고 있는 점이 외국인 자금유입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정태욱 쟈딘플레밍증권 이사도 "엔화 강세와 금리 하락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증시가 예상외로 강세를 나타내면서 미국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외국인 매수는 종합주가지수가 830~840선에 이를 때까지 지속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최근 유입된 자금중 상당부분이 단기자금의 셩격이 강하다는 점.

황건호 대우증권 상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기가 아직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제,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시각이
바뀌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자금이 핫머니이거나 국내자금이 역외펀드를 통해 역유입되고 있다는
추측으로 이어진다.

또 외국인 매수가 특정종목에 집중돼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강헌구 ING베어링증권 이사는 "최근 유입되고 있는 자금이 미국의 헷지펀드
성격을 갖고 있는 영국이나 홍콩의 단기자금이 대부분"이라며 "대우중공업
LG전자 유공 동원.대우.현대증권 상업은행 등 손에 꼽을만한 종목에 매수가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외국인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증시 전체를 대상으로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자금은 종합주가지수를 672.10(5월12일)에서 765.67(6월5일)로 13.9%
나 끌어올리는 단비역할을 했다.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거시경제여건이 눈에 띌 정도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단기차익
을 내고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이 끌고가는 주가에 넋을 잃지 말고 "위험한 파티"로 끝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