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중소.벤처기업 전문 주식시장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증시 육성 노력이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영국은 "중소기업을 위하여"라는 구호를 내걸고 87년 런던증권거래소(LSE)
내에 제3시장을 개설했다.

그러나 1년후 상장종목수가 예상했던 2백종목에 훨씬 미달한 30종목에
머물러 결국 3년을 못버티고 시장을 폐쇄했다.

일본에선 80년대 경제도약길를 맞이하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자금조달
격차가 큰 문제로 부각됐다.

이에 따라 나스닥시장 연구를 기초로 81년 기존의 점두시장(장외시장)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그러나 점두시장의 지위가 거래소를 보완하기 위한 시장으로 규정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다른 나라와 달리 나스닥이 성공한 이유는 거래소를 보완하는 시장이 아니라
거래소와 경쟁하는 시장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증권업협회 리차드 케첨 수석부회장의 말처럼 "차별화되고 경쟁적인
복수거래소의 공존이 양측 모두의 발전을 가져온 것"이다.

나스닥에 대한 2가지의 오해가 있다.

하나는 나스닥을 장외시장으로 여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스닥이
중소기업 전문시장의 기치를 내걸었기 때문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둘다 틀린 말이다.

나스닥은 그냥 주식시장일 뿐이다.

오히려 "나스닥은 장외시장이 아니다"라는 표현이 실체에 더 가깝다.

장외거래의 효율성을 기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새로운
방식의 거래소인 것이다.

중소기업 전문증시라는 위상도 결과론이다.

나스닥은 스스로 중소기업 전문임을 표방한 적이 없다.

나스닥이 제공한 서비스가 거래소시장의 엄격한 규제에 불편해하던 "열린
사고"를 지닌 경영자들의 구미를 당겼고 결과적으로 유연성이 높은 중소기업
이 많이 상장된 것이다.

이같은 나스닥의 성장 배경은 시시하는 바가 크다.

진행중인 코스닥시장 개편이 요란한 선언과 함께 몇개의 규제를 푸는 선
이어서는 안된다.

코스닥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 거래소에 대응하는 시장으로 탈바꿈
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을 위하여"라는 슬로건은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힘의 논리다.

명분이 좋더라도 이류기업들의 집합소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이같은 발상전환과 함께 투자 저변 확대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명한 시장관리로 신뢰를 회복,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나스닥은 중요한 내용이 공표되기 전에 주가가 움직이면 일단 내부자거래로
간주, 조사에 착수하는 등 공정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기관투자가, 특히 연기금에 대한 주식투자 규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나스닥의 경우 75년 연기금의 주식투자 제한 철폐를 계기로 성장속도가
빨라졌다.

우리처럼 연기금의 자산운용에 온갖 제약을 두고 사실상 정부가 호주머니돈
처럼 쓰는 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이와함께 공급 강화를 위해 미국처럼 기업공개를 발행사와 증권사에 일임
하는 등 정부의 시장간섭도 대폭 완화돼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

예컨대 금리가 한자리 숫자로 내려가면 기관투자가들이 채권투자만으로는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져 자연히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워싱턴=백광엽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