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순 코네티컷주 트럼블(Trumbull)에 위치한 나스닥 주전산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각종 세금보고가 끝나고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서 거래가 급증
하더니 급기야 하루거래량이 사상 최고치인 8억3천4백만주까지 늘어난 것.

나스닥 컴퓨터시스템의 하루처리용량은 8억주정도가 한계치로 알려져 있어
긴장감이 감돈 것이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이같은 거래량 증가는 나스닥 관계자들조차
예상못한 것이었다.

나스닥의 팽창이 멈추지 않는 이유로 나스닥 관계자들은 주저없이 마켓
메이커제도를 꼽는다.

시장조성인 정도로 해석되는 마켓메이커는 나스닥만의 독특한 제도.

마켓메이커는 자기계정을 통해 공표된 가격에 주식을 사고 팔며 시장에
유동성을 부여한다.

자신이 마켓메이커인 종목에 대해 의무적으로 매일 "사자"와 "팔자"의 이중
가격을 제시해 끊임없이 거래하는 것.

매수가와 매도가의 차(스프레드)가 이들의 주수입원이다.

한종목당 평균 12~14사의 마켓메이커가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큰 회사
에는 60사에 가까운 마켓메이커가 지정돼 있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프푸덴셜 등 유수의 금융기관을 비롯,
증권업협회(NASD)에는 5백41사가 마켓메이커로 등록돼 있다.

마켓메이커제도가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NASD 회원이 5천5백개사에 달할
정도로 미국의 기관투자가 저변이 풍부하기 때문.

우리나라는 장외시장 출범 초기에는 마켓메이커제도를 모방한 등록종목
딜러제를 운영했지만 기관투자가의 참여 부진으로 지금은 폐지됐다.

나스닥은 기본적으로 마켓메이커간의 거래를 위주로 운영되지만 일반투자자
도 우선적인 지위를 보장받으며 거래를 할수 있다.

NAqcess라는 시스템을 개발, 올해부터는 소액투자자의 주문을 마켓메이커가
우선 처리토록 의무화했다.

마겟메이커와 함께 나스닥이 자랑하는 것이 잘 발달된 전산시스템.

나스닥은 출발때부터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로 장외시장을 통합, 실체
(거래소)가 없이 출발했다.

따라서 딜러 브로커 고객을 연결하는 잘 짜여진 전산시스템이 나스닥의
실체인 셈.

50여개국에 24만개의 단말기가 보급돼 있으며 영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각각 자국의 SEAQ, SESDAQ 시스템을 통해 나스닥 주식을 거래할수 있다.

이러한 체계를 종합적으로 통제하는 곳이 트럼블의 주전산시스템.

또 트럼블을 백업하고 매매심리를 하는 시스템이 메릴랜드주 록빌
(Rockville)에 있다.

굳이 다른 주에 보조전산실을 둔 것은 홍수 등 천재지변시에도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나스닥측의 설명이다.

트럼블과 록빌간에는 10만마일의 전화선이 연결돼 있다.

철저한 투자자 보호로 신뢰성을 높인 것도 나스닥 성공의 배경.

1백명의 감시요원이 스와트(SWAT)라는 주가감시시스템을 통해 매일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또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은 최우선적으로 시장에 알려야 한다.

공표되기 전에 주가가 움직이면 일단 내부자거래로 보고 조사에 착수한다.

조사에서 불공정의 단서가 잡히면 최고 상장폐지의 엄격한 조치를 취한다.

이쯤되면 IPO(기업공개를 위한 설명회)를 마친 미국기업의 80%이상이
나스닥에 상장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 워싱턴=백광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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