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코미트M&A 사장 >

꽃과 깡통을 달고 요란스레 달리는 차들이 눈에 띈다.

역시 4, 5월은 결혼의 계절이다.

기업간의 혼사로 불리는 합병 논의도 은행이나 신용금고간 내부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이 문제의 접근에 있어 미국 은행들의 합병 사례가 도움이 될 것 같다.

20년전 1만4천개가 넘던 것이 1994년에는 1만1백92개로 줄었고 이제
금세기말에는 약 5천개로 감소될 것이라 한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합병 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은행 최고경영자들이 고민했던 다음 사항들이 우리에게
참고가 될 것이다.

첫째 합병의 시기는 언제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의 합병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법규나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여 왔으나 합병이 성사된 예가 극히 드물다.

경영 여건상 합병이 필요한 것이라면 더 이상 미룰수 없겠지만 바로
지금이라는 당위성을 찾기에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둘째는 상대의 문제이다.

어느 기관간에 혼사를 성립시키느냐 하는 점은 합병의 성패를 결정할 주요
사안인 것이다.

잘못된 만남은 차라리 이루어지지 않음만 못하기 때문이다.

셋째 합병의 효익과 비용을 충분히 계산하여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공공성 이외에도 효율성이 기업 가치 문제와 함께 합병의
당위성으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접근 방법의 문제이다.

과연 누가 합병을 주도하여야 하는 점인데 특히 우리 은행들의 소유및
경영 구조상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 알수 없는 상태에서 국내 금융기관간
합병 논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식의 논의로만 끝날 공산이 큰 것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꽃을 달고 질주하는 한 쌍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금융기관
스스로가 자신에 맞는 상대를 올바른 시기에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