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빅뱅의 거친 파도속에 난파하고 말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학교에 다니는 자식들만 없으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증권사 사장들의
독백에서 이런 위기를 그대로 읽을수 있다.

격랑에 내던져진 배의 난파를 막고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줘야 하는 책임을 온몸에 지니고 있는 증권사 사장들의 상황인식과 난국타개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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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답 경영".

위탁수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의 실상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다.

수수료 의존율은 증권사 평균 66%.지난 80년대말처럼 증시가 활황을 보일
때는 노다지를 캘수 있으나 최근처럼 주식거래가 침체에 빠지면 존립기반마저
흔들린다.

비가 알맞게 내려줘야 모도 내고 풍년가를 올릴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면
하늘만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구르는 격이다.

증권사 사장들의 응답은 이런 사정을 그대로 나타낸다.

수수료 비중이 높은게 가장 큰 수익구조의 문제(81.4%)이며 앞으로
증권업계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것이 수수료율 자유화(81.4%)로 지적됐다.

진입규제 완화(11.1%)나 대외개방(7.4%)보다 훨씬 겁나는게 수수료 자유화
라는 것이다.

이는 수수료 자유화 정도에 따라 문을 닫는 증권사가 많아질 것이라는
불안감과 직결되고 있다.

사장들의 절반은 향후 2~3년안에 3~4개 이상의 증권사가 부도를 내고
쓰러지거나 다른 기업에 넘어갈 것이라고 응답했다.

수수료가 완전히 자유화되면 절반이 쓰러질 것이라는 극단론도 있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시 수익구조 다변화
(64%)가 수위를 차지했다.

선물.옵션같은 파생상품(44%)이나 종합자산관리상품인 Wrap Acount(40%),
수익증권(36%) CMA(어음관리계좌.32%) 등과 같은 신상품을 새롭게 취급할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자점포를 폐쇄하고 PC통신을 통한 사이버증권을 도입하는 등 지점구조를
개편(44%)하고 인력을 감축(44%)하는 동시에 상품보유규모와 불필요한 부동산
등을 처분해 차입금을 줄여야 한다(32%)는 의견도 많았다.

다양한 상품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건건이 재경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포지티브시스템을 네가티브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절반을
넘었다(50%).

안되는 것만 열거해 놓고 나머지는 모두 할수 있도록 자유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증권거래법 2조에서 규정한 유가증권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돼 있다.

이렇게 되면 CMA나 MMF 뿐만아니라 보험사 등과 제휴한 상품개발은 물론
미국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자산종합관리상품(Wrap Account)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정리해고제가 유예된 상황에서 경상경비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연봉제.
성과급 도입이 56%나 차지했다.

직원간 갈등 등으로 인한 조직력 저하같은 부작용이 있으나 능력에 따른
일처리가 가능해지고 고정비를 변동비화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일수 있기 때문
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인식과 실제 경영활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
이다.

지난 3월31일로 끝난 96사업연도 중에 증권사들은 지점을 무려 2백23개
(25.0%)나 늘렸다.

영업점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다른 회사에 뒤질수 없다는 의식에 사로잡힌
결과다.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는 말과 행동이 따로였던 셈이다.

유화증권에서 지난해말 인천지점을 폐쇄한 것은 오히려 이상한 "사건"으로
기록될 정도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증권사를 이끌고 있는 사장들은 증권사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응답자의 52%가 진입규제 완화에 따른 프레미엄 하락과 수익성 악화 등으로
증권주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부실채권 보유규모와 경영성과 등에 따라 증권사간 주가차별화가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36%에 달했다.

<< 설문에 응답해주신 증권사 사장(무순) >>

<>선경 박도근 <>LG 진영일 <>쌍용 김석동
<>대우 김창희 <>장은 박창수 <>일은 이주찬
<>조흥 백승조 <>교보 권기정 <>동원 김정태
<>동부 황두연 <>신영 김태길 <>유화 홍진일

<>삼성 임동승 <>신한 유양상 <>한누리살로만 정헌준
<>환은스미스바니 송영필 <>신흥 이학래
<>한화 박두용 <>동방페레그린 이준상
<>대신 최경국 <>동서 김관종 <>동아 김영종

<>산업 황병호 <>서울 정인직 <>동양 안길룡
<>한진투자 송영균 <>한양 전덕순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