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수급"과 "경기"의 한판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수급을 반영하는 종합주가지수 75일선(680)과 경기추세를 따르는 1백50일선
(703) 사이에서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시장여건을 살펴보면 우선 수급사정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주식투자를 위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맡겨둔 대기매수자금인 고객예탁금이
이미 3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12월결산 법인들의 배당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든데다 최근의 신용잔고
증가분도 예탁금 증가에 가세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5월2일로 외국인 한도확대가 임박했다는 사실이 장세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순매도를 보였던 증권사나 순매수규모를 줄였던 투신사 등 기관들이
한도확대를 앞두고 외국인 선호종목을 대상으로 막판 매수세를 내뿜을 것으로
기대되는 시점이다.

그런가 하면 주가상승에 발목을 잡는 요인들도 만만치 않다.

실물경기 회복이 아직은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다.

경기사이클이 호전되나 싶던 반도체부문도 다시 가격하락에 시달리는 등
본격적인 경기호전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 금융기관협의체를 통해 공동 대응한다는
방침으로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현상은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자금
사정의 불안감이 완전히 가셔진 상황은 아니다.

게다가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5월 중순까지 확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시장에 다시금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해묵은 골칫거리인 "한국통신"의 상장문제가 어떤 식으로 가닥을 잡을지
모른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한통주를 상장시킨다는 발표만 나오면 주가가 가라앉고 상장연기
방침을 내놓으면 주가가 올랐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급과 경기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주식시장은 당분간 지수
680~710사이에서 매물소화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진단이 우세한 실정이다.

투자은행을 지향하는 국투증권의 김병포 운용담당 전무는 "그동안의 단기
급등세를 감안할때 소폭의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면서도 "대세바닥은 이미
다져진 것으로 판단되고 외국인 한도확대를 앞두고 있어 주중반이후 제한적인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주도주가 없다는 점이다.

이달들어 하루평균 거래량은 4천1백만주.

외국인 한도가 늘어났던 지난해 10월의 3천8백만주를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물량소화과정을 거치며 이처럼 활발한 매매가 이뤄지면서 주도주가 희석되고
발빠른 순환매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증시분석가들은 주초반엔 중소형 개별재료주를 중심으로 순환매를 보이다
주중반이후 외국인 선호주를 중심으로한 대형주들이 매기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 주요 예상재료 점검 ]]]

<< 호재 >>

<>고객예탁금 3조원 상회
<>12월법인 배당금 증시 유입
<>외국인 한도 확대 임박
(외국인 선호종목에 대한 기관 매수세 기대)
<>외국인 순매도 규모 감소세

<< 악재 >>

<>기업 자금사정 불안감
<>반도체 등 경기불투명 지속
<>지수 1백50일선(703)의 저항선 작용
<>한통주 상장 우려감 상존

< 손희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