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사장이 쌍용증권 도쿄지점을 통해 동방금속 주식을 대거 주문했던
1월14일보다 불과 4일전인 1월10일.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노무라증권 신주쿠지점에서도 소위 대포거래
사건이 발생했다.

주식을 사고도 돈을 내지 않은 주식대금 미납사건이다.

그런데 노무라사고에서도 우쓰키 사장은 핵심인물로 등장했고 사건의 구조도
쌍용사고와 완벽히 일치하고 있다.

노무라사고를 제1탄이라고 한다면 쌍용사고는 제2탄에 해당한다.

쌍용사고와 다른 점이라면 종목이 다르고 매입한 사람이 다르다는 차이
뿐이다.

노무라사고에서 매개가 된 주식은 동방금속 대신 이스즈계열의 자동차부품
업체 TDF이고 주식을 사들인 사람은 고바야시 사장 대신 기계업체 THK라는
회사의 데라마치 히로시(72) 회장이다.

데라마치 회장 계좌에는 이날 TDF 주식 1백70만주(약 72억엔)가 매수됐다.

그러나 데라마치 회장은 자신은 "결코 매수주문을 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날 주문은 TDF 주식 40만주를 매도주문 낸 것 뿐이다.

노무라의 영업사원은 나와 만났을 때 매수주문을 받았다고 우기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면서 "매도를 해주기는 커녕 부탁하지도 않은 대량매수
가 이뤄져 있었다"며 분개하고 있다.

그는 당시 보관하고 있던 주식을 증권사에 맡기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로
노무라의 영업맨을 불렀다.

주식을 노무라에 맡기라고 부탁한 것은 우쓰키씨다.

데라마치 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은 TDF 주식 62만주로 우쓰키씨로부터 주당
4천2백엔에 사들인 것이다.

데라마치씨는 당시 우쓰키씨가 "한달 뒤에 4천3백엔에 되사겠다"며 현찰
유통을 위해 잠시만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1월10일 우쓰키씨는 다른 회사계좌 등을 통해 1백70만주를 매도했다.

데라마치 회장은 "우쓰키와 노무라 영업맨이 짜고서 자신의 계좌로 주식을
떠넘겼다"고 말하면서 "맡긴 주식도 담보물건으로 활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쓰키씨는 노무라 신주쿠지점에서도 데라마치 회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TDF 주가와 거래량 역시 동방금속과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다.

거의 거래가 없이 3백엔대에 머물던 주가가 96년 상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연말 무렵에는 4천2백70엔까지 상승했다.

별다른 재료도 없이 주가가 무려 10여배나 폭등한 것이다.

작전에 의해 움직인 것임이 명백한 이같은 주가흐름을 만들어낸 주역은
바로 우쓰키 사장이다.

TDF 주가는 현재 작전 이전수준으로 거의 원위치해 있다.

데라마치 회장은 주식대금납입을 거부했고 노무라와의 사이에는 현재 소송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복잡한 것은 데라마치 회장이 우쓰키 사장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으로 보기만도 쉽지 않다는데 있다.

데라마치 회장은 증권계에서는 꽤나 이름을 날려온 노련한 전문투자가로
알려지고 있다.

산전수전 다겪은 사람이 30대 젊은이에게 그렇게 쉽게 넘어가겠느냐는
추측도 만만찮다.

따라서 노무라사건에서는 데라마치 회장이 우쓰키씨에게 일방적으로 당했을
가능성과 양측이 짜고 일을 벌였을 가능성 등 두가지가 모두 남아 있다.

노무라 직원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 도쿄=이봉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