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으로는 지난 열흘간의 반등세가 조금씩 기울고 있어서 곧 한차례
조정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거래량주이나 예탁금 규모를 보면 장내 에너지가 다소 강화된
일면도 발견할수 있다.

한가지 지적할 것은 여기서 주춤거리는 주가를 보노라면 이미 700선은
상당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600대 주가에서 너무 오래 체류하는 셈이 되며 결국 이렇게
시간을 끌면 600대에도 예상보다 많은 거래를 남겨두게 된다.

문제는 이것을 에너지 구축으로 보느냐 매물로 보느냐에 달려 있다.

지수민감도가 큰 블루칩을 중심으로 거래가 수반되면 에너지 구축에 가깝고,
산발적인 개별 종목 중심이면 매물로 해석할수 있다.

최근 장세에서 일부 블루칩들이 개별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은 장기적인 저점
구축에 아주 희망적인 신호였다.

물론 이들에 대한 매수세가 코앞에 닥친 외국인 한도 확대에 따른 단기차익
추구라는 동기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경기회복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로 이 시장이 경기 흐름을 주가에 반영했던 적은 지난 95년이후 한번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동안 반발다운 반발없이 종목장세로 이어지면서 대세는
붕괴를 거듭해온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실물경기나 체감경기는 최악의 상황인 지금, 유화,
철강 등 일부 경기 관련주에서 주가회복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단발에 그치고 몇몇 기업에 국한되더라도 길게 보면 아주 상서로운
조짐이다.

바라건대 이 불씨가 조심스럽게 잘 지펴져 온 국민이 애타게 기다리는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길 간절이 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이들에 대한 무리한 시세분출이나 거래 폭발
없이 긴 안목에서 차분하고 신중한 매매 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미 나타나고 있는 투자형태들은 장기에너지 구축보다는 단기
차익용으로 경기관련주에 접근하고 있어 이번 시도에서는 장세 전환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 결과로 순환매 성격으로 장세가 변질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한국 주식시장에서 과연 장기 투자자는 없는 것인지,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지금 한국 주식시장의 문제는 경기나 수급이나 외부
환경 못지 않게 너도나도 단타로 일관하려는 투자자들의 투자형태가
또 하나의 문제라고 볼수 있다.

아무튼 이런 시각에서 보면 반등 시도후 조정이 나오거나, 아니면 서서히
조정에 빠지는 흐름이 예상되는 한주간이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