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 선경증권 이사 >

한보에 이어 삼미그룹의 부도는 수년동안 채권시장을 지배해온 수익률
형성의 관행을 깨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회사채를 지급보증할수 있는 기관은 은행과 기타금융
기관 2개 그룹으로 대별되었고 회사채 수익률도 이들 2개 그룹별로 달리
형성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유통시장의 거래형태를 보면 지급보증을 하는 보증기관의
신용도에 따라 채권수익률 차이가 크게 발생되고 있다.

심지어 부도기업군과 관련있는 은행들이 보증한 채권은 거래조차 힘든
상황이다.

이는 일반인들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금융기관은 절대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에 근간을 두고 형성된 거래방식의 일대 변화라 할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거래방식에 불합리한 점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설립된지 1백여년의 전통을 갖고 재무구조 역시 건실한 은행이 설립된지
10년미만 남짓한 신설은행과 동일한 신용대우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재계 5대 계열기업군의 대표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발행기업
보다 재무구조가 더 취약해 보이는 제2금융권의 지급보증을 받아 기타 보증채
를 발행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럼 자체 신용으로 무보증채를 발행할수 있는 대표기업들이 왜 기타보증
채권을 발행하는가.

유통시장의 관행을 따르기 위한 것이다.

발행기업의 신용만으로 발행을 시도할 경우 지급 보증기관에 지불한 보증
수수료보다 유통시장에서의 부당한 대우로 더 많은 발행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불합리함 때문이다.

발행기업 뿐만아니라 보증기관의 신용도에 따른 채권 가격 차별화 현상이
대그룹들의 부도이후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도 신용에
따른 채권가격 차별화가 정착되어 무보증 채권 발행이 일반화되는 선진시장을
예고하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증사채도 안심할수 없다"라는 사고방식의 변화는 일반투자자들이 회사채
투자를 고려할때 발행기업의 신용과 더불어 보증기관의 신용까지 생각해야
하는 만큼 투자대안으로서의 접근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