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불안을 느낀 외국인들이 달러표시채권의 발행을 요구하는 바람에
상장기업이 외국인전용 중소기업회사채의 발행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또 기업들은 외국인전용 중소기업채권의 발행금리를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연 12%까지 올리고 있다.

25일 계몽사는 외국인들이 환율불안을 이유로 현행 제도하에서는
불가능한 달러표시발행을 요구해 사실상 외국인전용채권의 발행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24일 증권관리위원회로부터 외국인투자전용 중소기업회사채의
발행을 승인받은 계몽사는 당초 연 10.25%의 유리한 조건으로 3백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하려했다.

이같은 자금조달 계획이 무산되자 계몽사는 이미 일반회사채 1백억원을
발행했으며 나머지 2백억원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계몽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보 삼미 등 부도사태가 잇따른 데다
원화로 발행하도록 돼 있는 외국인전용채권에 대해 외국인들이
환리스크부담을 크게 느낀 것같다"고 말했다.

계몽사이외에 일진전기 등 외국인전용채권의 발행을 승인받은 나머지
10개사들은 외국인에게 발행채권을 모두 소화시키기 위해 발행금리를
연 11.2-11.8%로 높일 계획이다.

발행금리가 높아진 것은 외국인투자자들이 리보금리인 5.6% 수준에
환율헤지비용 등을 많이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들이 환헤지비용을 국내기업에 전가시킴에따라 중소기업들이
외국인전용채권을 통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외국인전용 채권을 발행할 때
달러표시발행을 할 수 있도록하면 환율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이라며 "달러표시채권의 국내발행은 오는 5월부터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를
앞당기는 것도 검토되야 한다"고 말했다.

< 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