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도파를 둘러싼 대농그룹과 신동방의 경영권 분쟁은 양측의 타협으로
막을 내렸다.

외견상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공격자측이 10%이상의 주식을 대농그룹에 넘겨
그런 메일이 성공한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공격자측의 상호연결관계자금의 실체 등 많은 의문점을 남겨 정확한
진상은 상당기일후에 밝혀질 전망이다.

<> 미도파 경영권 분쟁의 성격

=미도파 경영권 분쟁은 공격자측이 외국인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구분된다.

주식 매집은 외국인이 먼저 시작했고 사들인 주식을 성원건설그룹에 넘기고
다시 매집하는 과정을 거쳤다.

공격자측인 신동방은 가장 나중에야 표면에 등장했다.

성원건설은 지분을 분산해 맡아주는 파킹롯(Parking Lot) 역할을 하면서
거대한 이익을 챙겼다.

증권전문가들은 이들 3개 집단간의 어떤 내부약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격목표도 한 기업보다는 그룹전체를 목표로 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계열사 주식을 상당수 보유한 미도파를 인수함으로써 대농그룹을 통째로
장악하려는 시도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영권 방어에 공동대처하기로 나서 담합이라는 지적을
받은 점도 특이하다.

<> 참여자별 득실

=경영권을 방어한 대농그룹은 엄청난 피해를 입어 상처뿐인 영광을 안았다.

미도파 주식을 사는데 5백3억원이 들었고 성원건설그룹이 보유한 1백86만여
주를 주당 4만2천원에 사기로해 앞으로 7백85억원을 더욱 투자해야 한다.

이미지 실추는 무형의 손실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동방은 외견상 비상임 이사직 1~2개 이외에 별로 얻은게 없다.

미도파 주식을 6백76억원어치 매입했으나 지난 15일 기준 평가액은
4백73억원에 불과 2백3억원의 평가손을 기록하고 있다.

성원건설과 외국인들은 상당한 시세차익을 남겼다.

성원그룹은 4백78억여원에 사들여 7백85억원에 팔기로 했으므로 3백7억원
정도의 차익을 남겼다.

주당 1만2천원선에서 사들인 외국인들은 신동방및 성원건설에 넘기면서
약 5백억여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집계됐다.

신동방과 외국인및 성원건설이 공동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커 이익을
분배해야 하는 진통 과정이 뒤따를 것으로 M&A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도파 주식을 사들인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가 절반이상으로 떨어지면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월들어 대량주문을 냈던 기관투자가들도 상당수에 달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 풀리지 않는 의문

=미도파 경영권 분쟁은 끝났으나 여전히 많은 의문을 남기고 있다.

우선 신동방이 경영권 획득을 목표로 했는라는 점이다.

1월중 공개매수를 부인했던 신동방이 3월들어 "공개매수 검토중"이라고
공시한 것도 목표 자체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농그룹에서도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시작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박상철 대농그룹 상무)고 밝혀 이같은 분석의 설득력을 높여주고 있다.

신동방이 동원한 자금의 성격도 의문이다.

공격자측의 동원자금은 1천억원이상이다.

때문에 동방페레그린증권의 합작사인 홍콩 페레그린그룹으 부동산 재벌
리카싱이 동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주요 재벌들이 해외근거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택했으리라는 설명이다.

또 비자금 세탁을 위해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을 거쳤다는 분석도 있다.

<> 교훈및 대책

=경영진은 소수주주 보호와 주가관리에 지금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할
전망이다.

그린메일이 적대적 M&A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더욱 그렇다.

막대한 비용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보다는 사전에 안정적인 경영장치를
마련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게 M&A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공정한 M&A 룰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대부분 견해를 같이한다.

동일인여부 판단이 어려운 외국인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외국인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외국인의 탈을 쓰고 다시 들어오지 못하도록
역외펀드에 대한 관리도 필수적이다.

미도파사태를 둘러싸고 수수방관으로 일관한 증권당국의 태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중립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온갖 편법을 방조했다는 비판이다.

80년대 정크본드업계를 주무르던 미국 드렉셀 번햄 램버트증권의 마이클
밀켄을 수년에 걸친 조사끝에 내부자거래 혐의로 잡아넣은 미국 증권관리
위원회(SEC)의 주가 감시노력을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