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방이 과연 미도파를 인수할 것인가.

단순투자목적임을 강조해온 신동방이 6일 태도를 바꿔 미도파 주식의
공개매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본금 1백40억원의 중견기업이 재계 34위의 대농그룹을 인수
할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일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재계의 판도변화를 몰고올 큰 사건이다.

그러나 증권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진행상황으로 보아 인수합병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이다.

그렇다고 단순투자목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수도 없다는 것이다.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신동방이 자금을 해외로 옮기기 위해 주식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즉 어떤 목적에서이건 외국인 명의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후 미도파
주식을 매입하고 이를 높은 가격에서 매도해서 해외에서 부채를 갚는 방법
으로 국내자금을 유출시켰다는 것이다.

이같은 가정은 이날 현재까지 외국인이 2백억원이상의 이익을 보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6~8월중 주당 1만2천~1만3천원선에
미도파 주식을 2백50만주이상 매입한후 이중 1백30만주정도를 주당
3만~3만9천원에 팔아넘겼다.

이 가격대에서 매입한 국내 투자자는 성원건설 신동방 고려산업 등이었다.

신동방이 단순투자목적이라면 왜 이같은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했을까라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신동방 고려산업 성원건설은 외국인들과 적어도 같은 이해관계에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이들은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을수
있다.

미도파측에서 주식 일부를 인수해주면 더할 나위없이 좋고 인수를 하지
않더라도 매수가격이 낮아 손해보지 않은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물론 증시 일부에서는 신동방이 미도파를 진짜 인수할 목적으로 외국인을
동원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동방의 경영전략에는 유통업 진출이 없다고 회사 임원들은 말하고
있다.

회사의 한 임원은 "오는 6월 개장 예정인 서울 목동의 하이퍼마켓을 두고
미도파 인수와 연관시키고 있으나 목동점은 특수 제품만을 전문으로 하는
것으로 유통업 진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단순투자목적임을 강조했다.

증시에서는 또 신동방의 신덕현 회장과 대농그룹의 박용학 회장이 같은
이북 출신으로 평소 가까운 사이여서 신회장이 적대적인 M&A를 할 입장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인수합병 시도도 아니고 단순투자목적도 아닌 자금유출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동방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신동방의 김진일 이사는 "미도파 주식을 매입할때 동방페레그린증권에 매입
의뢰만 했지 주식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전혀 아는바 없다"며 미도파의 자산
가치가 높아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입했다고 말했다.

<박주병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