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

조그마한 주의만 기울여도 막을 수 있는데도 잠깐 사이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치명적이다.

군대에서의 오발사고나 공사장에서의 추락사고, 가정에서의 가스누출사고
처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게 대부분이다.

안전사고는 대부분 기강이 해이해질 때 일어난다.

나사가 풀려 자기가 할 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어디선가 펑크가 나게
마련이다.

때맞춰 불운도 찾아온다.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려오는 탓이다.

군대에서 얼차려를 주어가며 군기를 강조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지난 1월14일 일어난 쌍용증권 도쿄지점의 거액 미수금사건도 전형적인
안전사고였다.

개인고객으로부터 증거금을 받지 않고 영업기금(10억엔)보다 훨씬 많은
거액의 주문을 받으면서 개인신용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벌이지 않았다.

주문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예상하고 감독해야 할 관리자들은
어쩐 일인지 아무런 꼬투리도 달지 않았다.

"금액이 컸을 뿐 사건자체는 사고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단순
(simple)"(재정경제원 관계자)하고 "지점에서 한사람만 눈뜨고 있었어도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윤민호 동서증권 도쿄지점장)이라는
지적에 대꾸할 말이 없다.

이런 "사소한" 부주의가 쌍용증권 도쿄지점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 95년4월 지점을 낸지 2년도 못돼 종자돈을 모두 까먹고 빈털털이가
된채 본점에서 12억5천만엔을 수혈받아야 하는 처지다.

지난해 가을 이번 사건과 비슷한 미수금사건(철포거래)의 철퇴를 맞고
철수한 미국 페인웨버증권의 악령이 드리워지고 있다.

쌍용증권은 지난해 9월 베어링은행 파산을 몰고왔던 닉 리슨을 다룬
"토탈리스크(Total Risk)"를 번역.출간해 직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은 것 같다.

월사금치고는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고 볼멘소리를 낼일만도 아니다.

홍찬선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