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인이나 해외지점은 한국증권사와는 물론 외국사와도 한판 싸움을
벌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규제로 눈 벌겋게 뜨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하는 때가
많습니다.

외국증권사는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법대로를 외치며 국내증시를 활보
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증권사는 눈치봐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한마디로 역차별을 받고 있습니다"(정준호 대우증권 홍콩현지법인 사장)

증권사 해외영업점의 애로사항을 물으면 메아리같이 돌아오는 말이다.

상대는 풍부한 자금력과 앞선 투자기법으로 중무장한 헤비급인데 돈도
기술도 없는 플라이급을 내보내고는 손발까지 묶어놓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해외영업점이 대부분 적자를 내고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데 대한 변명으로만
돌리기 힘든 측면이다.

해외영업점에 대한 다양한 규제가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해외에서 꼭 필요한 회사를 만들어 영업에 이용할수 있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

자본금이 30만달러를 넘는 현지법인을 만들때는 말할 것도 없고 현지법인이
현지에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50%이상 출자할 경우 일일이 재정경제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외환관리규정).

자금조달도 어려움이 많다.

현지법인이 차입하는 것 자체에 대한 규제는 없으나 본사의 지급보증이
출자금액의 3배이내로 제한된다(자산운용준칙).

본사의 지보없이 돈을 빌리는게 불가능한 현실에서 자금조달의 길은 막힐
수밖에 없다.

도쿄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해외영업점 업무의 대부분이 한국물거래인데 도쿄는 이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일이중과세방지협정이 개정되지 않아 일본의 대한주식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투자자금(외화) 송금을 할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완화라는 미명아래 해외영업점 진출을 크게 자유화,
과당경쟁을 조장하고 있는 것은 "규제완화의 이중성(직무유기)"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윤민호 동서증권 도쿄지점장).

증권사 해외영업점의 부진을 규제행정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다.

규제속에서도 기회를 찾아 수익을 올릴수 있는 신흥시장(Emerging Market)
으로 진출하는 등 증권사의 노력여하에 따라선 결과가 천양지차이기 때문
이다.

"선진국 시장으로는 규제를 탓하면서도 몰리고 신흥시장은 생활.영업여건
미비를 내세우며 꺼리는"(박종구 대우증권 국제업무부장) 증권사에 돌아갈
책임도 적지 않다.

증권산업 국제화의 첨병인 해외영업점들이 제자리를 찾고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선 규제완화와 증권사의 적극적 자세가 다함께 아쉬운
시점이다.

< 홍찬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