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기업 탈취 시도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즉 경영자가 주주에 예속되고 기업이 사기업화 되어 있어 기업 경영이
효율적이지 못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서구에서는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각기 대리인과 감시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대립중의 하나가 자유 현금 흐름 (free cash flow)에 대한
견해차이다.

자유 현금 흐름 또는 잉여 자금이란 정의 순 현재가치를 지닌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을 초과하는 현금흐름이다.

이는 더 이상 바람직한 투자대상이 없는 경우 남은 자금이므로 그
발생시 주주 배당으로 귀속되는 것이 순리이며 주주부를 최대화하는
길이다.

그러나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자유 현금 흐름의 배당 지출은 경영자의
지배하에 있는 경영자원을 감소시킴으로써 경영자의 기업 통제력을
약화시킨다.

또한 경영자가 증자 등으로 추가 투자 재원을 조달하는 경우 그들은
자본 시장의 감시를 더욱 받게 된다.

따라서 경영자는 그들의 기업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기업 인수를 지속하려는 의도를 가지게 된다.

요는 자유 현금 흐름을 배당 재원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내부에 더욱
유보하려하고 그 결과가 새로운 기업 인수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기업 인수 열풍을 자유 현금 흐름이론으로 연결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 경영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도 자유 현금흐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할 것 같다.

비약적일지 모르나 이러한 인식은 적대적 기업 인수의 열풍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도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