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업의 설립요건을 크게 낮추었다고 하나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다.

얼핏 보기에는 증권회사를 설립하기 쉬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게 증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증권업을 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소나 협회에 가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높은 진입장벽이 있다.

증권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1백24억원을 내야 한다.

이 "거금"을 내야 시장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수 있다.

외국의 경우 증권거래소 회원권이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싸다.

미국은 25만달러에서 35만달러(2억2천만원에서 3억1천만원), 일본은 1억엔
(약 6억원)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거래소는 특별회원권을 이용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모건 스탠리 H.G아시아는 특별회원으로 가입비 18억원과 연회비 15억원정도
(정회원 가입비 1백24억원에 대한 정기예금이자)를 납부하고 있다고 설명
한다.

그러나 특별회원은 정회원과 달리 거래소 자산에 대한 배당권이 없으므로
기존 회원의 자리 프리미엄에 불과하다.

거래소는 지난 91년 투자금융회사가 증권사로 대거 전환할때 회원총회에서
프리미엄으로 결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협회에 가입하는데도 "돈"을 내야 한다.

한누리살로먼의 경우 지난해 12억원을 냈다.

거래소와 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하는데만 줄잡아 1백36억원정도 들어갔다.

위탁매매업을 하기 위해서는 설립자본금(1백억원)보다 많은 자금이 들어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형국이 되는 셈이다.

증권전산이 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점도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증권전산은 현재 체크라는 자체 전산단말기를 통해 증권거래에 대한 각종
정보를 기관투자가들에게 팔고 있다.

그러나 이 전산단말기가 수시로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한도 소진율이 주문기준으로 집계되 시세를 끌어올리려는
작전세력에 의해 악용될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보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증권거래자료를 낮은 가격에
공개하고 있어 정보업체들이 이를 보다 유용한 정보로 재가공해서 일반투자자
들에게 제공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주장도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롭게 영업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고 경쟁만을 강조할 경우에는
경쟁력 강화보다는 업계 전체가 파산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각종 인.허가를 진입규제 완화와 동시에 제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끝 >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