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법원이 사모전환사채(CB)에 대해 엇갈린 결정을 내림으로써 국내
증시에서 M&A 테마의 위력은 일단 반감될 전망이다.

우선 서울지방법원이 "거래 안전의 보호"를 위해 이미 발행된 한화종금
사모 CB의 효력을 인정, 사모CB가 경영권 방어의 유력한 수단이 되도록 했다.

루머가 나도는 기업들의 경우 사모CB 발행으로 적대적 M&A에서 벗어날수
있게 된 것.

이미 사모CB를 발행한 신촌사료 경기화학 쌍용종금 신호페이퍼 등 7개사는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 M&A 위협에 직면하지 않더라도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이 경영권 확보차원
에서 잇따라 사모CB를 발행해 놓을 전망이다.

사실 주식시장에서는 4월 이전에 적대적 M&A가 성행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4월부터는 상장사 주식 25%이상 취득시 50%+1주를 공개매수해야하는 강제
공개매수제도가 새로 도입돼 적대적 M&A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도파와 종금사 등 일부 상장사들의 주가가 M&A를 재료로 급등한 것도
새해들어서다.

심지어 대농 해태제과 선경 쌍용양회 한화 코오롱 등 계열사 지분을 많이
갖고 있고 지분율이 낮은 지주회사 성격의 상장사들도 M&A를 재료로 급등하고
있어 M&A는 최근 주식시장의 강력한 테마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서울지방법원이 한화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사모CB 발행을
앞당긴 상장사들에 대한 M&A재료는 위력을 잃게 됐다.

한편으로 사모CB 발행 이전에 이를 금하는 유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경우
사모CB는 경영권 방어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서울지법은 결정했다.

이미 발행돼 유통되고 있는 전환사채는 거래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효력을
인정하지만 사모CB는 불공정한 방법에 의한 사채발행이 될수 있으므로 발행
이전에 이를 막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4월 이전에 사모CB 발행을 막도록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놓고 경영권 획득
과정을 진행한다면 적대적 M&A가 가능할 수도 있게 됐다.

사모CB 발행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미도파는 적대적 M&A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 사모CB 발행유지 가처분신청이 속출하면서 M&A재료가 조기에 노출될
수도 있다.

증권당국에서도 사모CB의 발행이 기존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점 때문에
공모CB처럼 발행 6개월이후에나 주식전환이 가능하도록 발행요건을 강화토록
시행령을 개정, 4월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사모CB가 기존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발행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한화종금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제도의 미비로 인해 M&A가 불가능하게 됐지만
4월부터는 공정한 게임의 룰이 마련되는 만큼 M&A 테마가 여전히 재료로서
가치를 지닐수 있다는 것이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