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들이 하나씩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 나가 있는 우리 금융기관들이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금공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는가 하면 국내 일부 신흥그룹들에 대한 근거없는
나쁜 소문들이 떠돌아 다니고 있다.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들이다.

일찍이 보지 못한 일은 이뿐이 아니다.

지금 이 시간 우리 환율은 10여년을 껑충 뛰어넘은 시절로 되돌아가 있고
1월달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94년의 한해 실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모든 문제들을 최근에 발생한 한보사태나 노동법 관련 파업 때문이라고
몰고 간다면 너무 사태를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외환 자금 주가 투자 무역수지 등 무언가 일이 꼬여도 아주 단단히 꼬여
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대비책이다.

일이 이쯤되면 아마도 곧 위기 타개책이 나올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문제는 이제 시간을 가지고 근본부터 고쳐 나가야 한다.

눈앞의 선거에 연연치 말고 정말 역사를 의식하고 장기적인 접근법을
썼으면 한다.

지금 좀 고통스럽더라도 21세기를 위한 준비라도 철저히 하는 큰 시야를
가질 때라고 본다.

주가나 외환이나 금리 등 가격시장들은 마치 불과 같아서 조금만 불어주면
다시 불길이 일어나기는 해도 그런다고 꺼져가는 불씨는 살리지 못하는
법이다.

돈을 풀고 외화자금을 유입하고 금리를 낮추는 것은 항상 우리를 개방시키
려는 외국인들이 바라는 바이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내수 소비를 늘려 경기를 조절하라고 말해왔다.

과거 일본도 같은 압력을 받은바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그럴만한 때가 아니지 않은가.

좀더 절약하고 근면하고 분발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는 장래를 위해 막대한 통일비용도 비축해 두어야 할 처지이다.

따라서 눈앞의 문제를 수습하려고 대증처방을 하지 말고 근본부터 수습
하려는 전략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정부나 언론은 여론의 향배를 정밀 조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그동안 당국의 이런 저런 대증적 대응이 나올 때마다
감각적으로 따라 움직이다가 공연히 체중만 줄여야 했던 경험을 여러차례
가지고 있다.

요즘 주식시장을 보면서 또 그런 생각을 떨칠수 없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