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하나로 이 회사 전체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모 그룹에 매각된 정보 통신 관련 회사 P회장의 말이다.

한때 주식가격이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면서 일부 세력이 매집과 함께
공개 매수설이 심심찮게 거론되자 방어 수단 중의 하나로 정보 통신의
핵심인 기술 부문을 일시에 날려버리겠다는 신경질적인 자살적 극언을
면전에서 들은 적이 있다.

여러 면에서 비윤리적인 대표적 사례로 이 회사의 기업 인수를 한번
적나라하게 공개할 예정에 있지만 이 회사는 언제 발생할 지 모를 상대의
공격에 대해 회사의 주요 자산을 임의 처분할 이사회 결의를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소위 "왕관의 보석"에 의한 방어 방법이다.

"왕관의 보석"은 인수대상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나 사업 부문을
말한다.

이러한 주요 자산이 매각되거나 제3의 회사에 담보로 제공되는 경우
인수대상기업의 가치는 일시에 떨어지게 된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러한 방어 수단을 흔히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위트테이크사가 브룬직 (Brunswick)사의 주식 49%를 공개
매수하였을 때, 브룬직사는 회사의 주요 사업 부문인 서우드 의료사업부를
아메리칸 홈프로덕트사에 매각하였다.

이러한 조치 후 위트테이크사는 결국 공개 매수를 철회한 바가 있다.

국내에서도 공개 매수가 진행중일 때 제일물산이 제일백화점을
처분하려는 시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방어 수단으로서의 "왕관의 보석"은 때때로 제한적으로
이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행위가 오히려 상대측에게 부당 행위라는 역공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하여야 한다.

틸링사의 경우 보석의 실질 처분보다는 장차 자신의 왕관에서 보석을
빼버릴 것이라는 공시 하나로 방어한 사례도 눈여겨 봄직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