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부도사건을 계기로 코스닥시장에서 공시제도를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한보그룹 계열사는 한보건설 한보상호신용금고 등
2개사.

그러나 현행 공시제도 아래서는 코스닥시장 투자자들이 한보철강 부도가
이들 계열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알수 없었다.

코스닥시장에서 공시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투자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제도 정비가 시급해지고 있다.

27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한보철강 부도이후 한보상호신용금고와 한보건설
이 낸 공시는 한보신금의 "경영관리 실시" 단하나였다.

거래소 시장에서 한보철강과 상아제약이 잇달아 공시를 내고 이에 따라
시장조치가 발동된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그나마 낸 공시도 자발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라 협회의 요청에 의해
마지못해 낸 것이다.

이처럼 공시를 통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미흡한 것은 시장풍문과 관련,
조회공시를 요구할수 있는 권한이 증협에 없기 때문이다.

증협 관계자는 "조회공시를 요청할수 있는 권한도 없을뿐더러 회사측에서도
답해줄 의무가 없다"고 고충을 고백했다.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또 공시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거래소시장에서는 유상증자 등 중요한 사안의 경우 사유발생 즉시 이를
공시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사유발생후 이틀안에 공시하면 된다.

따라서 대주주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장난질을 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

회사채 발행 등 주주의 이해관계가 튼 사안들이 공시 사유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불성실 공시법인에 대한 제재장치가 전무해 거짓공시를 하더라도 불성실
공시법인으로만 지정될뿐 아무런 제재를 할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정이 이렇다보니 코스닥시장 등록법인들은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만 공시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투자유의종목지정 매매거래정지 등 후속조치도 늦어져 일반투자자들이
손해을 볼 수밖에 없다.

오는 4월 새로운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면 증협은 코스닥시장과 관련한 규정
제정 권한을 감독원으로부터 이관받게 된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업무여력을 감안, 상장사 수준까지는 안되더라도 회사
경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안들은 바로바로 시장에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 시장과 투자자 해당기업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일 것이다.

<조성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