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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 전환사채(CB)가 과연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사용돼도 좋은가.

한화종금 신호제지 신촌사료 등 대량으로 사모CB를 발행하는 기업이
잇따르면서 사모CB가 도마에 올라 있다.

사모CB 발행기업 측에선 현행 법규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수주주 측에선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낮출뿐만 아니라 권익을 침해하는
"신종 물타기"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모CB 발행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사모CB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탐색해 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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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전환사채가 잇따라 발행되고 있다.

지난 7일 한화종금이 4백억원어치의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경기화학
신호제지 신호페이퍼 신촌사료 등이 50억원에서 3백억원어치의 사모전환사채
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들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는 한결같이 현 경영진이 3자에게 임의로 배정한
점이 특징이다.

또 주식으로 전환할수 있는 기간이 경기화학을 제외하고 모두 발행 직후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모전환사채가 계속 발행될 경우 앞으로 적대적인 M&A(기업
인수합병)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누구든지 경영권에 위협을 받을 경우 자신과 가까운 3자에게 발행 전환시킴
으로써 지분율을 높일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규제완화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있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오는 4월 새로운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면 동일인 개념이 확대되고
강제공개매수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자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현황

=한화종금이 지난 7일 4백억원의 전환사채를 대우그룹의 관련회사들에
발행한 이후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14일 현재까지 1주일동안 경기화학 신호제지 신호페이퍼 신촌사료 등이
5개사가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신호제지와 신호페이퍼는 각각 계열사인 신호페이퍼 일신제지에게 3백억원과
2백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물론 신호제지와 신호페이퍼는 현재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계열사에 돌아가는 방식으로 배정함으로써 대주주는 안정지분을
확보하는 자금을 들이지 않고 경영권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신촌사료는 지난 14일 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공성운수에 임의 매각
했다.

공성운수는 신촌사료의 2대주주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이다.

신촌사료의 1, 2대주주는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안전하게 경영권을 방어할수
있게 된다.

이 회사는 최근 부산지역 투자자들이 동방페레그린 창구를 통해 10여%에
달하는 주식을 매집, 경영권 변동설이 나돌았었다.

회사측도 자금조달보다 경영권 방어목적이 주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관리대상종목인 정풍물산을 비롯 5~6개 상장사들이 정관 규정을
들어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전환사채 발행이 자유롭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회사들이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에 대해 잇따라 문의해
오고 있다"면서 제도가 정비되지 않으면 발행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문제점

=사모전환사채는 이사회 임의로 3자에게 매각되므로 기존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문제점이 있다.

전환사채 소지자가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발행주식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들은 가만히 앉아서 지분율이 낮아지는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M&A(기업인수합병) 시장에서 협상이 불리해져 적대적인 인수합병
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경영권이 위협
받을때 바로 즉시 전환가능상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해서 주식으로 전환 지분을
높이면 되기 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증권당국에서 시행하고있는 상장물량 조정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증권당국은 지난해 8월 증자요건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보완책
으로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을 허용해왔었다.

공모전환사채와 같은 조건(6개월이후 전환조건)으로 전매할수 없다는 문구를
넣어 사모전환사채를 발행할수 있도록 한 것.

따라서 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6개월이후 전환과 전매불가
라는 조건을 달아 전환사채를 발행할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사모전환사채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고 있는게 문제
이다.

6개월이후 전환조건을 넣지 않고 발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량을 예측할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전환사채 발행에 대한 규정은 상장사 재무관리 규정이 아닌 회사채
발행물량 조정기준에 들어있어 상장사에 직접 적용할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다시말해 증권당국으로부터 회사채 인수업무를 받은 인수기관이 아닌
일반법인이 인수했을 경우에는 아무런 제재를 가할수 없게 돼 있다.

<> 발행사의 입장

=이들은 정관의 규정대로 발행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또 비록 경영권이 위협받고 있는 시점이기는 하나 자금사정이 나빠 할수
없이 발행했다는 입장이다.

소송을 겪고 있는 한화종금의 경우도 지난해 8월 정관을 개정 전환사채를
1천억원이내에서 발행 즉시 전환할수 있는 조건으로 3자에게 발행할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와함께 경영권 분쟁이후 예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비록 정관에 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법의
기본정신을 위배할 경우에는 효력이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증권거래소 이준섭 연구위원은 "주주의 권한은 회사재산을 지분율만큼 분배
받을수있는 재산권뿐 아니라 경영에도 지분율만큼 참여할수 있는 경영참가권
등 2가지로 구성돼 있다"면서 아무리 정관에 위임됐다고 하더라도 주주의
권한을 심하게 침범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상법은 대륙법계통으로 영미법계통의 일본과 다르다면서
전환사채 발행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 일본의 판례를 그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증권당국의 입장

=현행 규정상으로는 사모전환사채를 규제할 방안이 없으며 앞으로 이의
발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당국은 오는 4월 새로운 증권거래법이 시행되면 공모에 의한 발행에
대해서는 강제공개매수제도의 적용을 배제함으로써 자연히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을 억제시킬 방침이다.

즉 전환사채를 공모로 발행했을 경우에는 이를 인수해서 주식으로 전환
25%를 넘더라도 50%+1주까지 공개매수해야 하는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오는 4월이후에는 강제공개매수의 부담으로 지분확보를 위한
사모전환사채의 발행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이 사모전환사채에 대한 제재방안을 4월이전에 마련하지 않는한
사모CB의 발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