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이 있은 7일 주식시장은 "기대반 실망반"으로 뒤숭숭
했다.

아직은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융개혁위원회 설치방안을 제외하고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별로 기대할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선 막연한 기대감이 가시적인 실망감으로 바뀌었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매수세는 극도로 위축된 반면에 신용투자자들의 담보부족계좌가 속출한 탓에
반대매물은 홍수를 이뤄 시장은 "공황상태"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강남권의 증권사 객장에선 고정고객들이 여느때마냥 자리를 지켰
지만 한결같이 침통한 분위기.

한 투자자는 "연두회견을 통해 무기명 SOC채권 등에 대한 언급을 기대했지만
물거품으로 끝났다"며 한탄.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노동세력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방향을 고대
했으나 오히려 단호한 답변만 나와 시장분위기를 되돌리기는 어렵게 됐다"고
진단.

그러면서도 그는 "기관들은 일반개인과는 달라서 실망매물을 쏟아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첨언.

투자자들은 그나마 금융개혁위원회를 둘러싼 금융주에 한가닥 기대를 거는
모습.

<>.이날 시장의 화두는 뭐니 해도 "깡통"이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담보부족계좌가 증권사 전체로 3만계좌에 육박하고
특히 신용으로 빌려쓴 돈보다 담보가치가 더 적어진 깡통계좌도 1천개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

깡통계좌가 줄잡아 지점당 1개꼴로 늘어났다는 얘기.

이에 따라 증권사 직원들과 투자자들은 지난 90년 10월10일의 "깡통계좌
일제정리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며 울상.

당시 깡통계좌는 4천5백계좌(9백81억원)였고 담보부족계좌는 2만~3만개를
오르내리던 형편.

더군다나 90년 당시엔 담보부족계좌에 대한 반대매매조치가 없던 시절
이었음을 감안하면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지적도 대두.

지난해 신용한도와 범위를 확대했던 결과가 지금같은 악순환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진단.

<>.국정연설로 연두회견을 대신했던 지난해(1월9일)는 종합주가지수가
무려 15.18포인트나 급등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은 급락세로 마감.

결국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반응.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