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옳고 그름, 이기고 짐이 모두 헛되어라 (시비성패전두공).

한해를 다시 살같이 보내면서 문득 옛 노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러나 옛일을 돌아봄이 헛된 일일지라도 지난 1년간의 M&A 시장을
돌이켜봄은 1997년을 미루어 살피는데 뜻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사실 1996년에 기록할 만한 사건 중의 하나는 기업 인수와 합병 열풍이
아닌가 한다.

상장회사만 하더라도 20여개 사의 최대주주가 바뀌었고 연말 현재에도
기업 인수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러한 기업 인수 합병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산업개편기를 맞이한 데 있다.

경쟁을 통한 산업 구조 조정 과정에서 M&A는 뛰어난 경영 능력을 지닌
기업으로서는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는 성장 전략인 동시에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에게는 전략적 퇴출수단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특히 내년 4월에 대량 주식의 취득을 체한한 증권거래법 제200조의
폐지와 강제 공개 매수 제도의 도입 등 한국 M&A사에 있어 획을 그을 제도
개편이 M&A 시장을 더욱 촉발시켰다.

즉 서둘러 기업을 매각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만성적 매물
부족의 M&A 시장을 활성화시켯다.

또한 그린메일러 등이 등장하면서 명분 없는 기업 탈취라는 부작용과
지저분한 법적공방도 잇따랐다.

요컨대 지난 한 해의 M&A 시장을 돌아보면 인수 시장은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면과 금전에 눈이 먼 비윤리적인 진흙탕 싸움의 일면을
노정하였다.

산상의 나무꾼 노인으로부터 유비는 고목의 교훈을 깨친 바 있다.

고목을 보면 말라죽은 가지도 있고 검게 썩은 잎들도 있으며, 새싹도
내고 있다.

고목의 새싹은 흙에 굳건히 뿌리를 박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M&A시장도 새해를 맞아하여 새로이 뿌리 내려야 고사를 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