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던가.

연초에 종합주가지수가 888로 출발하면서 주가도 "팔팔하게" 오르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를 등지고 651로 떨어지고 말았다.

올 한햇동안 무려 26.7%나 내렸다.

지난해 12.9% 내린데 이어 2년 연속으로 "하락의 골"은 깊어졌다.

96 병자년 증시는 "노동법 회오리"와 함께 저물었다.

더듬어보면 마디마디 굴곡도 많았다.

800고지 등성이에서 출발한 주가는 4월1일 외국인 한도확대와 "4.11총선"을
고비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그러던 5월7일 986.84까지 치솟았지만 이 고지가 연중최고치가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어 5월29일부터 8월19일까지 약3개월간 800대에 머물렀고 9월20일 759.35
까지 떨어질 무렵만 해도 화려한 개별종목장세가 꽃을 피웠다.

"이제는 오르겠지"하면서 840선까지 재반등하던 차에 금융권사정의 서슬이
퍼래지면서 밑도 끝도 없는 추락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12월6일엔 3년만에 600고지선으로 떨어졌다.

시장의 수급을 옥죄는 일들도 꼬리를 물었다.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를 기록한 다음날(5월 8일)정부는 공급물량 확대
방안을 내놓아 시장을 멍들게 만들었다.

금융권 사정바람에 주가가 시달리는 동안에도 재정자금이 부족해진 정부가
한통주 매각을 강행해 수급불안은 더욱 심해졌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관변및 민간연구기관들의 비관적인 내년경제 전망은
투자자들을 우울하게 했다.

두차례에 걸친 신용한도 확대와 2부종목에 대한 신용허용조치는 결국 약세장
의 악순환고리가 됐다.

급기야 연말엔 여당의 노동관계법 기습처리로 노동계가 온통 벌집 쑤신듯
시끄러워진 끝에 폐장증시는 되돌아올수 없는 "레테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대형호재설로 포장된 연기금 주식투자확대는 2개월간이나 투자자들을 농락한
결과가 됐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유도방침에 투자자들이 솔깃해질 무렵 한통주를
팔았다.

끝내는 정부로부터 "12.18 작전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주가가 장중한때 문민정부 출발선(655)까지 추락한 지난 12월18일 3대
연기금에 대해 연말까지 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도록 요청한 것.

"통치주가"를 사수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였다.

정작 당사자인 연기금에선 신통찮은 반응을 보였고 그나마 보인 "성의"마저
노동법에 묻히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숱한 기록도 쏟아졌다.

대형주 몰락으로 대표되는 올해 증시에선 삼성전자 시세가 5만원을 깨는
(12월16일) 아픔을 겪었다.

작년 10월 17만원대까지 치솟았던 것이 반반토막이 난 것이다.

반도체값 폭락과 대형주소외가 주된 요인이었다.

현대전자는 상장 첫날 시장조성신고서를 낸 첫 기록을 남겼다.

반면 연초대비 4백80%나 치솟은 선도전기를 비롯한 개별재료주들이 날개를
달았지만 대부분 작전조사의 화살을 피했던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12월초엔 M&A(기업인수합병) 열풍이 불어 M&A테마가 정부에서 내놓지 않는
시장안정조치를 대신하기도 했다.

은행주들의 액면가(5천원) 붕괴는 하나의 사건이다.

7월초에 신규상장된 동화 대동 동남 등 "3동"은행을 필두로 제일 서울은행
마저 액면가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증권주들도 13개 우선주가 액면가를 지키지 못했다.

12월26일엔 무려 9백20개 종목이 내려 하락종목수가 증시사상 최다를
기록했고 다음날인 27일엔 증시사상 처음으로 폐장일 주가가 연중최저치로
마감됐다.

폐장일엔 또 환영철강이 법정관리를 신청, 96년 증시는 마감일까지 투자자들
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올 한햇동안 대형주 약세속에 개별재료주들이 탄탄한 오름세를 보였지만
연말엔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수급은 재료에 앞선다"는 증시격언을 돌이켜보게 한 한해였다.


[[[ 96년 주요 시장일지 ]]]

2.12 자사주 취득한도 확대(5%에서 10%로)
2.26 외국인 한도확대 예고(4월부터 18%로)
3.14 증권사 사장단 순매수 결의

3.19 증권거래세 인하방안 발표(4월부터 0.3%로)
3.23 유통금융 10년만에 첫 3천억원 재개(3월29일부터 실시)
3.30 신용한도 확대(자기자본대비 25%를 30%로,
점포당 25억원을 30억원으로)

4.12 증안기금 해체방안 발표(5월3일 업무종료)
5. 3 주가지수선물시장 개설
5. 8 주식공급 확대방안 발표

7.12 증권제도 개선방안 발표(10월부터 공개및
증자 물량조절 폐지및 요건강화, M&A 요건강화)
7.31 근로자 주식저축및 가계장기저축 허용발표(10월18일 시행)
8.22 2부종목 신용허용 발표(9월부터 시행)

9. 3 외국인 한도확대 예고(10월부터 20%로)
10.10 가격제한폭 확대 발표(11월25일부터 6%에서 8%로)
11. 6 신용융자한도 7천억원 추가확대

11.21 한통주 내년 상반기 상장 발표
11.25 신매매제도 시행(시간외매매, 시장가주문 등)
12.18 3대 연기금에 연말까지 3천억원 매수요청
12.21 증권사 사장단 순매수 결의

< 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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