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닉스컴퓨터와 범한정기 사이에 21일간 치열하게 전개됐던 경영권공방이
범한정기의 판정승으로 끝을 맺었다.

이번 공방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추진되는 적대적 공개매수가 얼마나
힘든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러나 관련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쓸데없는 입씨름을 초래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범한정기가 공개매수 철회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청와대에 낸 것도
이와관련이 깊다.

규정에 따른 해결이 아닌 여론에 호소하려 했다는 점에서다.

가장 큰 쟁점이 공개매수중에 "중립"을 지켜야 할 경영자가 자사주를
사들여 결과적으로 기존 대주주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는 점이다.

범한정기는 이에 대해 "종업원과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사주를 취득했다"(윤효용 사장)고 밝히고 있다.

"어느 주주의 편을 들기 위한 것은 아니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자사주펀드에 가입하거나 회사자금을 대주주에게 일시대출형식으로
주식을 사들여 공개매수를 방해하고 기존 대주주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공정치 못한 행위"(이황상 대우증권 M&A팀장)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공개매수로 인해 주가가 거품처럼 올랐지만 실패할 경우 원위치로
돌아가는데 회사는 결국 손해를 보고 결과적으로 소액주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마련된 "M&A제도 개선방안"에서 공개매수기간중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발행을 금지키로 했으나 자사주매입이나 자사주펀드가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간 경영해온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증감원 관계자) 규정상으로는
허용된다는 말이다.

다만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매입 등을 위해선 이사회
결의가 아닌 주주총회결의를 필요로 한다는 등의 보안조치는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이번 경영권 공방과정에서 "소외"됐던 일반투자들은 주가의
급등락에 따라 선의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범한정기 주가는 공개매수가 발표(7월29일)되기전 2만4,000원선에
머물렀으나 3만7,8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공개매수가 실패될 가능성이 높아진 29일 하한가로 돌아선뒤
30일에도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틀동안 4,300원이 떨어졌으며 앞으로 추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셈이다.

<홍찬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