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한외종금 M&A팀 부장 >

아시아 브라운 보베리(ABB)는 산업 기기 부문에서 세계 제1의 기업이다.

1988년 스위스의 브라운 보베리사와 스웨덴의 아시아사 간의 국적을
초월한 합병과 현재 전세계 1,300여개에 달하는 계열 기업군에서 짐작
가듯이, 오늘의 ABB는 무엇보다도 지난 100여년 간의 성공적 M&A 덕택이다.

반면 사치 형제가 설립한 사치 앤드 사치사는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80년대 중반 이후 M&A로 인해 회사가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다.

당시 핵심 사업인 광고 대행업 외에 시장 조사업 컨설팅업으로의 진출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수 기업을 되팔지 않으면 안되는 실패로
끝났다.

M&A는 인수목표설정 대상기업물색 접촉 및 1차평가 계약체결 실사 그리고
종결 등의 과정을 거친다.

성공적인 기업 인수를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에서 유의할 일이 매우 많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 즉 인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기업 인수는 회사의 상당한 자원이 장기적으로 투입.고정되는 전략적
의사 결정이므로 회사의 경영이념과 경영목표에 그 뿌리를 두어야 한다.

설립 이후 수백 건에 달하는 ABB의 M&A는 철저하게 회사의 경영이념인
"안전하고 경제적인 전력을 필요로하는 곳에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것"과
결부되어 인수 대상 기업은 주로 전기 엔지니어링 부문에 집중되었다.

한편 사치 앤드 사치사는 80년대의 "영국 제1의 광고 회사"에서 "세계
제1의 서비스업체"로 경영이념을 바꾸었다.

이러한 무리한 경영이념의 확대가 핵심 업무와 무관한 컨설팅사의
인수로까지 발전되어 결국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성공적인 M&A란 이상형의 천생배필을 찾는 것과 같다.

그냥 괜찮은 기업을 물색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대상을 고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회의실 액자속의 경영이념이 장식용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