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한외종금 M&A팀 부장>

투자은행 임원인 프레이(Stephen Frey)가 쓴 소설"기업 탈취
(The Takeover)"는 올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베스트 셀러이다.

내용인즉 7명의 하버드대 출신으로 구성된 "세븐"이란 집단이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사냥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들의 기업 탈취 목적은 인수 기업을 오히려 파산의 길로 몰아감으로써
미국 경제를 교란시키고 결국 그들의 의도대로 현 미국대통령을 차기
대선에서 패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세븐"에 의해 고용된 M&A 전문가가 인수 과정에서 그들의 저의를
파악하고 숨막히는 생명의 위기속에서 극적으로 음모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그 줄거리이다.

기업 인수의 유형은 분류 기준에 따라 다양하나 거래 의사에 따라서는
우호적 M&A와 적대적 M&A로 구분된다.

이중 주식투자자 특히 소액 주주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기업 인수 유형은
후자이다.

적대적(hostile) 인수는 의사와는 관계없이 강압적 수단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우호적 인수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협상을 통해 대개
대주주에 귀속되는데 비해 적대적 인수의 경우는 주로 공개 매수의
방법이 사용되어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싸움이 전개된다.

서구가 아닌 한국 일본등의 아시아 국가에서 타인이 일생을 바쳐
가꿔온 기업을 그의 의사에 관계없이 탈취한다는 것, 다시말해 적대적
기업 인수는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경영권 프리미엄을 대주주가 독식하는 체제를 불식하고 비효율적
기업에 대한 사회적 조절기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적대적 인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리 M&A시장을 소설처럼 재미있게 만들자는 주장이 아니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산다"라는 논리가 M&A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때 소액 투자자의 보호나 경영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그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공개 매수에 의한 주가 상승은 소액 투자자의 몫이므로 일반 투자자들에게
적대적 M&A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