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헌석 < 대우경제연 연구위원 >

90년 걸프전 발발로 제트유 가격은 두배이상 폭등하였으나 테러에 대한
공포로 여행객들이 항공기 이용을 꺼림에 따라 전세계 항공사는 영업을
시작한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다.

항공사들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직을 축소하고 제반 비용을 줄이는
리스트럭처링을 하는 한편 보유 항공기와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항공사간 제휴를 적극 추진했다.

세계경기가 94년부터 회복되자 여객과 화물등 항공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났고 항공사의 매출액과 경상이익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94년은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만이 수익증가 혜택을 향유했다.

걸프전이후 계속 하락하던 항공사의 주가는 93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승했다.

93년에는 브리티시 KLM 페더럴 익스프레스, 94년에는 델타 노스웨스트,
95년에는 유나이티드 유에스에어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96년들어 미국을 비롯한 각국 항공사의 주가는 조정받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항공사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제트유 가격이 96년 상반기중
전년에 비해 10% 이상 상승해 96년 이익 증가폭이 연초 예상에 비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엔이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허락함에 따라 96년 하반기는 제트유
가격이 안정될 전망이어서 항공사의 비용압박 요인도 사라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의 주가는 95년들어 최고가 대비 32.9% 하락했다.

이는 종합주가지수 하락률 14.4%의 두배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주가가 시장평균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96년 경상이익
이 전년대비 60.7%나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경상이익 감소의 원인은 95년에 622억원이나 발생한 외화환산이익이 96년
에는 원화 가치하락으로 외화환산손실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또한 96년 대한항공은 자산재평가를 했는데 장부상 상각완료된 항공기에
대해 시장가치(재평가가격)만큼 추가상각을 4년에 걸쳐 하게 된다.

이에따라 감가상각비 부담이 늘게 되며 이는 경상이익을 감소시키게 된다.

대한항공의 미래 경상이익을 감소시켜 주가를 시장평균 이상으로 하락하게
한 두가지 요인이 미래기업가치까지 감소시키지는 않는다.

먼저 외화환산이익(손실)은 환율이 떨어지는(오르는) 상황에서는 향후
기업의 현금흐름과 일치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나 환율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환산이익(손실)의 일부만이 현금흐름으로 연결된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나라별로 1~3개의 항공사가 있다.

각 나라별로 회계규정이 다르기 때문에 주당순이익에 비해 주당현금흐름이
각국 항공사를 비교하는 투자지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96년 예상 주당현금흐름은 1만1,132원이며 PCR(주가현금흐름
비율)는 1.7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항공사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대한항공의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