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작전을 하려면 펀드매니저를 포섭하는게 필수적이다.

자금동원을 쉽게 할수 있는데다 기관으로서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채시장의 큰손과 펀드매니저, 증권감독원 조사역과 증권거래소 심사부
직원이 각각 1명씩 작전멤버가 돼야 작전의 효과가 있다"(S증권 K대리)

펀드매니저는 작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특정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주식시장의 가장
큰손인 투자신탁회사가 움직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보통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6,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므로 작전의 핵심이 된다.

철저한 보안속에 작전이 이뤄지므로 매매심리나 작전조사를 무마시킬
증권거래소와 증권감독원도 작전멤버가 된다.

이같은 작전은 살인까지 부른다.

지난해 8월 동방페레그린증권 이 대리가 행주산성에서 피살됐다.

살인범은 작전에 동참했던 동료직원이었다.

작전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게 살인동기였다.

실제로 작전은 증권사로부터 시작된다.

증권사의 기업분석담당들이 투자가 유망한 종목을 선정한다.

작전종목은 <>주가의 일봉그래프상 상승추세에 진입한 모양을 갖추고
<>자본금이 적어 수만주의 매수주문에도 쉽게 주가가 올라갈수 있으며
<>투자자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큼 주가가 오를만한 재료를 갖고 있는
종목이 선택된다.

종목이 선택되고 나면 분석자료를 만들어 "투자클럽"을 결성한다.

이때 증권사직원은 사채시장의 큰손들과 펀드매니저를 투자클럽에
가입시켜 작전회의를 연다.

좀더 많은 자금이 있어야 효과적인 시세조종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작전회의에서는 펀드매니저가 사들여야 할 매수주문량을 할당한다.

사채시장의 큰손과 증권사직원들도 펀드매니저와 함께 주문량을
할당받는다.

작전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차명으로된 "모찌계좌"를 통해 개인적
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한때는 펀드매니저들이 투신사임원들의 개인계좌를 관리해 주기도 했다.

펀드매니저들로서 작전은 펀드의 운용수익률을 높이는 한편 개인적으로도
이익을 챙길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작전세력의 이득은 곧바로 일반인들의 손해로 연결된다.

특정종목이 마냥 오를 것이라는 루머를 듣고 일반투자자들이 그 종목을
살때면 작전세력들은 그종목을 다시 대량으로 내다판다.

시세차익을 내는 한편 "물타기"를 여러차례 하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주가가 내려가면 다시 그종목을 매집한다.

주가는 다시 올라가고 이같은 과정은 몇차례 반복된다.

그에 따라 일반인들의 손해와 작전세력의 이익은 갈수록 커진다.

증권거래소의 매매심리를 거쳐 증권감독원이 작전조사에 나설위험이
있을 때면 작전세력은 손을 턴다.

작전세력이 손을 털면 주가는 여지없이 내리막길을 달린다.

펀드매니저가 사들인 작전종목의 주가는 하락하고 그펀드의 기준가도
낮아진다.

작전종목의 주가가 반토막나거나 마냥 하락하면 수익증권의 원본을
밑도는 경우도 많다.

"동료 펀드매니저과 투자정보를 교환한다.

때로는 유난히 특정종목이 유망하다고 동료들에게 매수를 추천하는
펀드매니저가 있다.

그 종목의 주가움직임에 따라 이들의 얼굴에는 울고 웃는 표정이
드러난다"(모투신 P주식운용역)

작전의 유혹과 의혹은 펀드매니저들의 운용수익률을 저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중소형주를 과감하게 사들이면 작전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주위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그래서 아예 대형주위주의 장기투자를 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펀드의 운용수익률은 시장평균보다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펀드매니저들이 모두다 작전에 가담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같은 개별종목 장세일수록 펀드매니저들에게는 작전의 의혹이
꼬리를 문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