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순께.

J은행 K부장은 한국투신 모과장의 방문을 받았다.

만기가 된 대한투신의 신단기공사채 약500억원을 한국투신으로 달라는
것이었다.

한국투신측이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금리는 13.5%선.

채권수익률이 11%선 밑에서 맴돌던 터라 은행측으로서도 구미가 당겼다.

한국투신측은 금리가 높았을때 설정해둔 고수익펀드의 환매분을 모아서
13.5%의 수익을 쉽게 맞출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특별 고수익상품 한정판매"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확정금리를
보장하고 자금을 유치한것이다.

결국 J은행의 자금은 대한투신에서 한국투신으로 넘어갔다.

한국투신은 다른 은행과 연기금등에도 마찬가지 금리를 제시했다.

대한투신은 6개월짜리 신단기공사채뿐만 아니라 3년짜리 단위형 공사채
펀드의 일부자금도 한국투신으로 빼앗겼다.

이 때문에 대한투신에는 비상이 걸렸다.

단기공사채형 상품의 수탁고가 약2,000억원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가하락으로 주식형 수탁고까지 감소했다.

지난 4월24일 수탁고 20조원 달성을 이룬지 불과 보름만에 수탁고는 다시
19조원대로 떨어졌다.

공사채형상품의 유치경쟁이 이처럼 치열한 것은 그만큼 비중이 큰 탓이다.

투자신탁회사의 수탁고 가운데 공사채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수준
이다.

지난달말 서울소재 3투신의 주식형상품 수탁고는 9조111억원인데 비해
공사채형 상품의 수탁고는 41조5,266억원이었다.

비중이 큰만큼 공사채형 상품으로 인해 얻어지는 신탁보수도 크다.

빚더미에 쌓인 투신사가 그나마 적자를 면할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탁고는 물론 영업수익면에서도 공사채형 수익증권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는게 경쟁의 관건이 된다.

공사채형 상품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수익률이 안정적이어서다.

지난 91년부터 서울소재 3투신이 운용한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수익률은
연11~16%다.

올들어 5월말까지 평균수익률도 대한투신이 연11.87, 국민투신이 11.83%,
한국투신이 11.69%다.

시중실세금리보다는 소폭 웃도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

공사채형상품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데는 이유가 있다.

채권시장에서 투신사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금리가 들쭉날쭉해야 공사채형 상품의 운용이 수월하다.

사실 투자신탁회사가 채권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금리차를 따먹는
경우도 있다"(모투신 K상무)

채권운용을 담당했던 K상무의 말은 투신사가 사고 파는 채권물량을
조절함으로써 채권수익률을 움직일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한햇동안 채권장외시장에서 투자신탁회사는 15조4,290억원
어치를 순매수해 최대의 매수세력으로 자리잡았다.

무려 21조2,275억원어치를 사들이고 5조7,985억원어치만을 팔았다.

금융기관별로 매매규모를 살펴보면 증권사(59조796억원 매수.
58조7,701억원 매도)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다.

그래서 증권사와 투신사는 수익률게임을 벌이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시중자금 사정에 따라 채권수익률이 결정되지만 채권시장의
큰손인 투신사와 증권사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기도 한다.

이같은 수탁고경쟁과 수익률게임은 신설투신의 설립으로 새로운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증권사의 자회사로 설립될 신설투신이 내년 6월말까지는 주식형상품만을
취급하게 돼있지만 내년이후에는 채권형상품을 팔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정경제원의 한관계자도 "기존투신사의 회사당 수탁고가 25조원수준에
이르러 연2,500억원이상의 수익이 무난할때면 신설투신과의 형평을
맞춰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어차피 신설투신에 대한 갖가지 규제를 풀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교보투자자문의 조수영이사는 "공사채형 상품의 운용에 대비, 채권운용
인력을 조만간 채용할 것"이라며 "채권을 사서 장기보유하는 기존투신과는
달리 채권을 사고 팔아 수익률 차이를 따먹는 트레이딩 전략을 구사할 것"
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매출식이 아닌 모집식으로 주식형 수익증권만을 팔게 되는
신설투신으로서는 내년이후의 본격적인 경쟁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4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