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YES, 채권 NO"

미국계 연기금은 투자수단으로 주식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채권투자로는 수익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투자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2년말 현재 77%에 이르고
있다.

오는 97년에는 이 비율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내에서도 주식은 연기금의 주된 투자수단이다.

지난 93년말 현재 운용자산의 53.1%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채권 26.7%와 현금 7.1%,부동산 5.1%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이다.

그러나 지난 85년만해도 주식투자 비중은 41.6%로 채권 33.3%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했다.

주식투자 비중이 그동안 갑자기 커진 것은 연금 지급방식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매달 얼마씩 미리 정한 금액을 지급하던 확정급부형에서 일정액에다
운용에 따른 성과를 얹어주는 확정거출형으로 지급방식을 바꾸는 연기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연기금인 TIAA-CREF(미국대학교직원 퇴직연기금)은
지난 80년대말부터 확정거출형을 채택하고 있다.

GE(제너럴 일렉트릭) GM(제너럴 모터스) IBM(아이비엠) 듀퐁등 확정급부형
과 확정거출형을 병행하고 있는 대기업까지 포함하면 확정거출형을 채택하고
있는 연기금은 전체의 40%를 넘는다.

확정거출형을 채택한 연기금들은 펀드 운용수익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운용성과에 따라 연금 지급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이 주식투자 비중을 점점 높이고 있는 것이 연기금의 자산운용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들은 자산을 외부의 프로페셔널 매니저에게
맡겨 운용하고 있다.

이때 기금을 출연한 쪽(연기금)을 스폰서라 부르고 위탁운영자를 매니저
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자가운용을 하는 경우엔 스폰서와 매니저가 일치한다.

전체 연기금가운데 40.5%는 투자고문회사에 위탁운용을 맡기고 있다.

그 다음은 신탁은행 36.1% 보험회사 23.4%등의 순이다.

기금 규모가 작을수록 투자고문회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신탁은행이나 보험회사보다는 투자고문회사가 고객의 작은 요구까지
들어주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높이려고 애를 쓰고 있는 미국 연기금이고 보면 해외투자에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성장국면에 들어선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파격적인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워서이다.

미국 연기금의 해외투자는 80년대말부터 눈에띄게 늘기 시작했다.

해외투자에서 주식을 선호한는 것은 이미 언급한 대로다.

93년말 현재 연기금은 전체 운용자산(5조8,000억달러 추정) 가운데
약 4.6%를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투자는 매년 23%씩 증가해 오는 97년에는 해외투자액이 4,300억달러
(약 2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투자비율도 9.7%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93년말 현재 미국연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총 5조8,000억달러이다.

이 가운데 62%는 기업연금이다.

또 23.3%는 공적연금, 13.7%는 개인연금이 차지하고 있다.

연기금 규모는 매년 10%정도씩 늘어나고 있어 96년 현재는 이미 7조달러
(약 5,400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운용자산 규모로 보면 TIAA-CREF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은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뉴욕주공무원연금 순이다.

개별기업으로서는 AT&T가 가장 크며 GM GE 등도 상위 10위내에 들어갈
정도로 연기금 규모가 막대하다.

<김용준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