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워렌 버펫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특정종목에 대해 집요하고도 장기적으로 투자해 커다란 수익을 올리려는
사람들.

그러나 이들은 펀드매니저가 아니다.

외국계 증권사를 등에 업고 한국주식시장을 공략하는 그런 부류들과도
다르다.

이들은 기관투자가및 외국인들에 맞서 매매공방을 펼치는 개인투자자
"큰손"들이다.

올해들어 상장사 주식을 5%이상 보유하는 이들 개인투자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개미군단"의 대표주자인 이들은 올들어서만도 대림요업 한국폴리우레탄
한국석유 남양 한국카프로락탐등 중소형주식의 5%이상은 이들
개인투자자들의 손안에 있다.

상장사주식 보유한도인 10% 가까이 보유한 종목도 있다.

이들 큰손의 특징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소형주를 골라 장기보유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

기본 분석에 입각해 중소형종목을 선정하면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거나를
개의치 않고 오랫동안 보유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당장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오히려 싼값에 주식을 사들일수 있는 호기로 생각한다.

주가가 내리면 매입을 늘리는 "물타기 전략"도 그들의 전략 가운데 하나.

그래서 이들은 세계증시를 움직이는 큰손중 하나인 워렌 버펫에
비유되기도 한다.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한국의 큰 손"의 대표주자는 안경종(58)씨.

한국자원건설이라는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안회장은 한국폴리우레탄
한국석유 대림요업등을 5%이상 보유하고 있다.

지난 몇년간 한국폴리우레탄 주식을 6만9,700주를 갖고 있었던 안회장은
3월들어 3차례나 이를 다시 집중 매입, 지분율을 9.95%(14만4,359주)까지
늘렸다.

안씨는 또 한국석유를 2만7,170주(지분율 5.39%), 대림요업주식을
10만3,000주(5.15%) 보유하고 있다.

불행히도 아직은 그다지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안회장은 조만간 자신의 선택이 빛을 볼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씨를 따라 대림요업을 집중투자하는 사람도 생겼다.

중소기업을 경영에서 물러난뒤 주식투자에 전념하고 있는 하영진(60)씨가
그 주인공.

하씨도 안회장처럼 물타기를 하다가 5%를 넘게 됐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림요업이 설비투자를 끝낸데다 대형 호재성재료를 갖고 있어 곧 "주가가
뜬다"고 설명했다.

한국카프로락탐주식 11만3,084주(6.78%)를 갖고 있는 원혁희(70)씨.

효성그룹의 한국카프로락탐주식 매집사건으로 지분보유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원씨는 효성그룹의 주식매집 대리인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원씨는 지난 91년 10월~12월기간동안 아들등 가족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벗었다.

그는 가족들 명의로 각각 1만6,000주(0.96%)씩 나눠가져 1%이상 보유하면
주주명부에 기재되는 것을 피하는 수법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다.

원씨는 효성과 코오롱의 지분경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2월 27일
주주총회에 나타나 한국카프로락탐의 주가가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의 무능으로 실적이 저조하다며 통렬히 비난하기도 했다.

원씨 역시 특정종목을 집중매입해 장기보유전략을 구사한 점에서 여늬
투자자들과 다르지 않다.

2부 관리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사람도 있다.

지난 4월13일 3만3,950주(5.7%)를 사들여 최초보고를 증감원에 냈던
박씨는 지난달 17일과 5월2일에도 남양주식을 각각 1만2,050주와 6,000주씩
사들여 지분율을 9.54%(5만1,000주)까지 늘렸다.

자영업자로만 알려져 있는 박씨는 남양의 대주주인 홍의식씨에 이어
2대주주로 부상했다.

남양이 재기하는 날 박씨도 크게 일어설 것으로 증권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1, 2대주주간 지분경쟁이 붙으면 3대 또는 4대 주주로서 큰힘을
발휘하게 된다.

소위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M&A시대에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