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마침내 파생금융시장이 열린다.

3일 증권거래소에서는 주가지수 선물시장이 개장된다.

주가지수 선물을 거래하기 위해 지난 87년 11월 증권거래법에 주가지수
선물시장 개설 근거를 만든지 약 9년만이다.

파생금융상품으로 우리나라에 처음 선 보이는 주가지수선물은 증권시장에
상장된 대형 200개종목의 싯가총액을 지수화한 한국종합주가지수 200
(KOSPI 200)을 거래대상으로 한다.

선물시장에 상장될 상품은 6월물 9월물 12월물.

그리고 내년 3월물등 4개.

주가가 앞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이들 선물을 사고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하면 선물을 팔게 된다.

만기에 실물을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청산(반대) 매매하는게
상품 채권등 다른 선물과 다른 점이다.

이에 따라 주가지수 선물거래에는 많은 자금이 들지 않는다.

현물시장에서는 사고자 하는 주식의 40%를 증거금으로 내야 하나 주가지수
선물시장에서는 15%(대용증권이 있으면 현금은 5%만 필요)만 내고 지수를
살수 있다.

주가예측을 잘하는 투자자들은 적은 돈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릴수 있으나
잘못 예측하게 되면 반대로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되는 매우 투기적인 시장
이라고 할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거래소가 이 시장을 개설하는 것은 무엇보다
이 시장이 주가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상쇄(헤지)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물시장에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는 기관투자가가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시장에 주는 충격이나 거래비용 때문에 팔수 없을
경우 선물을 팔아 향후 주가하락에 대비할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선물시장이 개설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주가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할 수 밖에 없으나 앞으로는 선물을 판후 만기일에 하락한 가격으로
선물을 사들여 현물시장의 손실을 선물시장에서 만회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물시장의 이같은 헤지기능은 선물시장이 지난 70년대 고정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행된후 탄생했다는 데서도 읽을수 있다.

당시 시카고 선물거래소는 금융기관들에 환율변동 위험을 제거해주기
위해 미국 영국 독일등 8개국의 통화를 미리 사고 팔수 있도록 통화선물을
상장시켰다.

이후 통화선물시장이 성공을 거두자 주식시장에서도 주가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제거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이에 캔자스시티상품
거래소는 82년 2월 벨류라인 주가지수를 기준물로 주가지수선물시장을
개설하게 됐다.

주가지수선물시장은 급속히 확산돼 95년말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런던금융선물거래소등 25개국 26개거래소에서 취급하고 있다.

주가지수선물은 그러나 최근들어 개설취지와 달리 위험을 관리하는
헤지수단으로서보다 자산운용의 한 방법으로서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

수학자나 물리학자들이 고도의 수학을 이용해 선물과 옵션을 접목시킨
"저위험 고수익"의 다양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개발해 내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이번 주가지수선물시장은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될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주가지수선물시장은 한순간에 수백억달러를 날릴수 있는 위험한 면도 있다.

지렛대효과에 의해 적은 자금으로 많은 돈을 벌수 있지만 반대로 많은
손실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국 굴지의 증권사인 베어링사는 지난해 4월 리슨이라는 한 젊은 청년의
무모한 선물거래에 의해 파산하고 말았다.

당시 리슨은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훨씬 초과해 선물을 투자,
결국 8억파운드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회사를 네덜란드의 ING베어링사에
넘어가게 만들었다.

베어링사의 파산은 선물시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시장참여자들에게
새삼 일깨웠다.

선물상품이 고도의 전문상품이라는 점을 일깨우는 사건도 있다.

미국의 대형생활용품회사인 P&G사가 뱅커스 트러스트를 상대로 낸
1억3,000만달러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파생금융상품의 전문성으로 인해
빚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P&G사는 뱅커스트러스트의 금융상품을 매입할때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손실액은 일정범위내에서 고정된다는 설명을 은행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은행측은 그러한 안전장치가 없다고 반박해 아직까지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선물시장은 위험을 관리하면서 수익을 높일수 있는 수단을 제공
하지만 한순간에 엄청난 손실을 입는 위험한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거래소 선물시장이 처음 개설되는 만큼 위험한 면을 방지하는데
더 비중을 두어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래서 모처럼 열린 선물시장에서 사고가 나도 안되겠지만 유동성이
부족해 선물시장이 열렸는지 안열렸는지 알수 없을 정도여서도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유동성을 살리면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적정한 수준이 되도록 시장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위험을 관리하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개발되기를
모두가 기대하고 있다.

<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