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펀드와 이를 운영하고 있는 소로스는 투자행태에 있어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뛰어난 정보력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또 기발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시장참여자들을 혼란시키는 방법도 그가
즐겨 사용하는 수법.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700~800종의 파생금융상품 가운데 절반정도는
퀀텀그룹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87년 저술한 "금융의 연금술"(Alchemy of Finance)이나
94년 미 MIT대 박사학위논문, 지난해 펴낸 "소로스가 말하는 소로스"
(Soros on Soros)등에서 일관되게 고전경제학의 일반균형이론을 부정한다.

고전경제학의 합리적 가설이론이나 대부분의 법칙들은 현실성을
결여했다는 것.

소로스는 "애덤 스미스의 수요-공급 이론은 이미 죽은 이론"이라고
단언한다.

대신 소로스는 현대를 "기존의 모든 경제이론이 파괴된 불가측성의
시대"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투자전략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이론기반을 양자역학 분야의 불확정성 원리에서 따왔다고
밝힌다.

독일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가 주창한 이 이론은 한마디로 관찰자와
관찰대상 사이에는 상호작용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찰대상에 대한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로스의 주장은 "불확실성의 확신"과도 같다.

이런 신념때문에 그는 퀀텀펀드의 명칭을 양자역학에서 끄집어냈다.

소로스는 지난 81년 자신이 운용하던 소로스펀드 자산의 비약적인 증가
(퀀텀 점프)를 축하하기 위해 이름을 바꿨으며 양자역학(퀀텀 메커닉스)의
불확실성 원리에서 착안해 "퀀텀펀드"로 부르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전략 핵심을 "재귀성"(Reflexivity)이라고 명명한다.

소로스는 시장이 항상 잘못돼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물론 자신이 틀릴수 있다는 것도 항상 가정하고는 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완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편향된 선입관에 따라
움직인다.

때문에 시장과는 항상 따로 놀게 된다.

당연히 우세한 "편견"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 시장참여자와 시장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reflex) 때문에 시장의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은 항상 불균형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불균형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실제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반전이 나타난다.

가격폭등 또는 폭락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대세반전이다.

바로 이 대세전환점을 미리 포착해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소로스의
주장이다.

승부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퀀텀펀드는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한다.

신용거래와 공매도를 통해 투자금액을 부풀린다.

하루에도 몇번씩 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변경한다.

물론 선물포지션과 외환옵션을 통해 헤징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위험이 높은 대신 수익이 높다는 논리이다.

소로스는 고전적 의미에서의 투기와 투자는 이미 그 구분자체가 무의미
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투기적 거래로 퀀텀펀드는 그동안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 소로스가 어떠한 포지션을 취하는가는 항상 일반의 관심이 되었고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시장참여자들의 행동이 달라졌다.

그러나 퀀텀펀드라고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87년 블랙먼데이에서는 7억달러를 잃었다.

지난 94년말과 95년초에도 환율게임을 벌이다 수십억 달러를 잃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지난해 펴낸 책에서 소로스도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각국의 중앙은행을 상대하면서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그가 최근에는 국제외환시장이 너무 불안정해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또 유망기업에 대한 주식투자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금융의 연금술사"마저도 투기적 시장참여는 보통사람뿐 아니라
전문가에게도 너무 위험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정태웅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