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안정기금이 33개 국내 증권사에 주식매입자금을 빌려주는 방법을
통해 주식시장에 간접 개입했다.

증안기금이 지난 90년 5월 창설된이후 보유중인 현금을 주식순매수를
조건으로 증권사에 대여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증권사들이 저리의 주식매입자금을 지원받은 것도 지난 90년 1월
증권금융의 특별지원(9,600억원대) 이후 처음있는 일이기도 하다.

창립이후 증시안정을 명분으로 지금까지 매년 1회씩, 6회에 걸쳐 주식을
사거나 팔았던 증안기금이 증시간접개입을 택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증시안정이 절실한 실정에서 금융선진국의 "압력"을 피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주가지수선물시장 개설과 OECD 가입을 목전에 둔 입장에서 과거와 같이
증안기금이 주식매수에 나설 경우 "총선을 앞두고 주가조작을 한다"는
비난을 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OECD측은 증안기금을 "관제주가"를 유지하기 위한 주된 도구로 해석해왔다.

이같은 사정으로 지난 3월중 주가가 840대가 무너져도 증시에 개입하지
못한 것이다.

즉, "여러가지 사정으로 증안기금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워 이같이
우회적인 방법을 취한 것" (윤정용 증안기금운영위원장)이다.

"명분을 살리고 실속(증시부양)을 챙기겠다"는 이같은 아이디어는 지난
5일밤 증권업협회회장단과 재정경제원 증권관계자들과의 만남자리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500억원이란 지원금액은 증안기금이 투금사에 콜자금으로 운영중인
2,510억원을 주식매입자금으로 운용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결정됐다.

증안기금은 각 증권사에 8일부터 15일까지 증권사 자기자본비율에 따라
주식순매수자금을 지원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증안기금은 증권사 사장들에게 "며칠내로" 살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 지원방식은 증권사의 순매수 사실을 확인한뒤 결제대금을 지원하는
"선매수, 후대여"이다.

투신사까지 주식매수자금 1,050억원을 빌려준 증권당국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 주식시장이 상승추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이다.

자금지원규모가 지난주 외국인한도 확대에 따른 외국인자금 유입액에
훨씬 못미치는 데다 총선이후 주가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우기 증안기금이 현재 증권사에 빌려준 5,065억원및 통안증권 5456억원은
자금 상환을 위해 증권사의 연쇄적인 주식및 채권매도바람을 야기하며 통화
증발을 불러일으킬수 있다는 우려등으로 추가주식매입 자금으로 지원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