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적 M&A는 무조건 좋고 적대적 M&A가 마냥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주주간의 우호적M&A도 소액주주들에게 큰 피해를 줄수 있다"
(프론티어 M&A 성보경대표)

성원건설이 대한투자금융을 인수한 것은 우호적 M&A였다.

대주주간의 합의에 의해 미원그룹으로부터 성원그룹으로 넘어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형 LBO"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자금도 조달했다.

그러나 대한투금의 M&A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의 득실을 따져보면 우리나라
M&A시장의 문제점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대주주가 기업을 재테크수단으로 삼는 우리나라 기업풍토가 여실히 보여진
것이다.

우선 미원그룹 임창욱회장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임회장은 대한투금매각을 통해 개인적으로 약 7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한투금을 매각하기 1년전부터 계열사가 보유한 대한투금지분을
개인명의로 매집했다.

지난 94년 9월 임회장은 미원문화재단과 (주)미원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투금주식 약140만주를 장내자전거래를 통해 매수했다.

이때 대한투금의 주가는 1만3천원대였다.

임회장은 이외에도 장내매수를 통해 12만여주를 추가매수했다.

이에따라 대한투금의 제1대주주는 미원그룹이 아닌 임회장으로 변경됐다.

그후 94년말부터 대한투금의 주가는 거래량이 크게 늘며 상승세를 보였다.

주가가 출렁거릴 때마다 M&A설이 나돌았다.

대한투금은 번번이 제일제당 롯데그룹등으로의 피인수설을 부인하는 공시를
냈다.

또 자사주펀드를 가입하며 주가관리에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주가가 3만원대로 뛰어올랐다.

결국 지난해 9월5일 성원건설은 미원그룹의 임회장과 미원통상 미원유화
등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투금주식 197만여주(지분24.64%)를 장외에서 주당
5만5천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성원건설의 지분인수과정에서 임회장의 지분 약152만주는 장외에서 주당
5만6,600원의 가격으로 성원건설측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장내가격이 2만9,600원이었으니 임회장은 무려 91%의 대주주프리미엄
을 받아낸 것이다.

결국 임회장은 계열사와 장내를 통해 1만3,000원대에 사들인 주식을
약1년만에 5만6,600원에 팔아 695억원가량의 차익을 낸셈이다.

그러나 대한투금의 제1, 2대주주인 미원그룹이나 해태그룹등은 임회장이
대한투금매각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만큼 손해봤다.

(주)미원은 415억원, 미원문화재단은 157억원이상의 손해를 본셈이다.

또 대한투금의 매각과정에서 보통 대주주측의 지분으로 인식되는
임원보유분, 우리사주분이 우호적 M&A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을 받지
못했다.

주총때 대주주측지분과 동일하게 의결권행사를 했던 이들 지분이 철저하게
버림당한 꼴이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임회장의 지분24.63%이외에 나머지 75.37%의 지분은
이같은 M&A를 우호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는 일이다.

성원건설로서야 적정한 가격을 치르고 인수했다고 하지만 대한투금의
제2대주주인 해태측도 그냥 앉아서 프리미엄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한
꼴이다.

대한투금을 업계 1위로 키워온 임직원들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투금 이경섭 노조위원장은 "대한투금이 성장하기까지는 선후배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임직원들이 일궈놓은 과실을 한 개인에게 돌아간 셈이다"고 말했다.

결국 대한투금의 매각은 M&A시장의 후진성을 드러낸데다 기업경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제고를 한걸음 뒤늦춘 사건인 것이다.

유럽의 경우 상장기업의 지분 30%이상을 취득할 때는 장외에서 같은
가격으로 100%지분을 사들여야 한다는 규정을 둔 나라도 있다.

우리나라도 대주주의 횡포를 막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M&A시장이
기업경영의 투명성제고를 위해 발전할수 있을 것이다.

<최명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