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로 진입장벽을 뛰어 넘어라"

기업매수합병(Merger& Acquisition)의 장점은 "리얼타임"으로 신규 사업에
진출할수 있다는데 있다.

제때에 시류에 맞는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과거의 대기업이 몇년 수년후 중견 중소기업으로 기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신규사업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유무형의 진입장벽이 곳곳에서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종금사 투금사 증권사등 금융업에 진출하려면 정부의 인가가 필수적이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기존 금융업체의 인수만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다.

금융업에 새로 진출한 기업들은 거의 모두 매수 합병이란 방법을 동원
했다는 게 이를 반증한다.

쌍용그룹은 인천투금에 대한 M&A를 통해 투금업에 뛰어들었다.

한솔그룹은 동해종금을 인수했고 나산그룹은 한길종금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했다.

신세계와 성원건설도 각각 신세계투금과 대한투금을 계열사로 새로 편입
시켰다.

제조업도 예외는 아니다.

신제품이 연이어 쏟아지는 현실에서 "선 공장 설립, 후 사업 개시"란
전통적인 경영방식(Greenfield Start-Up)은 자칫하면 애써 생산한 제품의
매출시기는 놓치기 십상이다.

신제품의 주기가 짧은 첨단업종일수록 그렇다.

삼성전자 현대전자등 반도체업체들이 미국기업을 적극 매입한데서 이를
확인할수 있다.

영업권이나 기술도 사들일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화장품회사인 시세이도사가 미국의 파마약 제조업체인
조토스 인터내셔날사를 사들인 목적은 기술획득이었다.

시세이도는 약50년간동안 조토스 인터내셔날사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아왔다.

국내에서 기술력이 중시되는 정보통신업이 주요 M&A표적으로 떠오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해태그룹이 (주)인켈을 사들인 것을 비롯, <>삼미기업(남경그룹인수)
<>성미전자(동원산업) <>한국마벨(한솔제지) <>북두(백색가전-대우그룹)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점유율을 넓히는 데도 M&A가 유리함은 물론이다.

일본의 타이어업체인 브리지스톤사는 동종기업인 미국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앤드 러버사를 매수했다.

극동요업도 이같은 목적으로 동아세라믹(주)를 인수했다.

이런 사례들은 M&A가 진입장벽을 뛰어넘는 첩경임을 엿보게 한다.

덩치가 훨씬 더 큰 기업을 사들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는 재계판도가 바뀌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에서 독립해 30대그룹에 진입한 한솔그룹이 바로 그런 경우다.

동해종금 동창제지(한솔판지) 한국마벨 영우화학 한화통신 옥소리 광림전자
들을 잇달아 인수해 대기업그룹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거평그룹은 포스코켐 정우석탄화학 대한중석 라이프유통 한국시그네틱스등
을 사들여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신호그룹도 지난 94년이후 모나리자 신호스틸 신호유화 신호테크등의
경영권을 장악한데 이어 올들어 동양철관을 인수, 30대 그룹 진입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을 마무리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빠른 시일내에 변신을 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사실 비효율적인 기업을 퇴장시키고 보다 효율적인 기업으로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M&A는 장려돼야할 사항이기도 하다.

단순히 기업의 소유주가 바뀌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지난 80년대에 미국에서 성행했던 적대적 매수합병은 원유
타이어 담배등의 산업으로부터 방대한 유휴자원을 제거함으로써 미국경제의
경쟁력회복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마이클(Michael Jensen)의 지적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