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매수합병(M&A)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상위 대기업그룹은 물론 중견.후발그룹들까지도 "뚜렷한 주인이 없으면서
사업전망이 밝은" 유망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뛰고 있다.

최근 대기업그룹간에 "표적 M&A 논란"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 이같은
경영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동양나이론 코오롱 고려합섬등 3사가 공동대주주로 있는 한국카프로락탐을
놓고 22일 코오롱이 "동양나이론측에서 경영권장악을 위해 주식을 매집했다"
고 주장한데 대해 동양측이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대응하고 있는 것도
"M&A경영"에 따른 공방의 한 단면으로 볼수 있다.

현대그룹이 국민투신의 주식을 매입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가 매입지분을 자진 매각키로해 일단락되긴 했으나 이 사건은 "M&A
전쟁"이 갈수록 가열될 것임을 예견케 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M&A전쟁"을 통해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남경그룹의 삼미기업이 이달초 성진산업을, 신호그룹도
동양철관을 새로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신원그룹은 제일물산을 인수했고 나산그룹도 한길종금을 사실상 손에
넣었다.

이같은 M&A바람은 정부의 정책변화에 의해 촉발된 측면이 있다.

경쟁력강화를 위해 M&A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기업들의
지분확보경쟁에 불을 붙인 것이다.

상장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10%이상은 취득할수 없으며 초과취득분에
대해서는 의결권행사를 할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 증권거래법 200조를
내년부터 폐지키로 한게 대표적인 예다.

현행 법규도 M&A를 막기에는 이미 역부족이다.

증권거래법상 5%이상의 주식을 사들였을때 이 사실(대량주식취득)을 신고
하도록 돼있긴 하다.

그러나 신고하지 않고 살수 있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30대이하 그룹이 출자지분 35%미만 관계사 몇개를 동원하면 적대적
M&A도 가능하다.

신원그룹의 제일물산 매수등이 바로 그런 사례다.

이와함께 정부의 소유분산 유도정책에 적극 호응했거나 상호 출자비율이
낮은 기업의 경우 다른 기업에 우선적으로 "잡아먹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현안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기업일수록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거대자금력을 갖춘 기업이 해당산업의 "질서"를 무너뜨려가며
마구잡이식으로 기업들을 매수하는 "적대적 M&A"에 대해서 만큼은 일정한
"게임 룰"이 마련돼야 한다"(김은수 산업증권투자분석부차장)는 지적이
많다.

사실 M&A는 기업들에 있어 신규전략사업이나 관련사업에 효과적으로
진출할수 있게 해주는 "시간을 사는 비즈니스"로 미국 일본등 선진국 업계
에서는 이미 보편화된지 오래다.

대주주의 경영능력이 취약한 부실기업은 오히려 M&A를 당함으로써 업계내
선의의 경쟁을 자극할수 있다는 논리도 제시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확대 <>기관투자가와의 유대강화를 통한
지분분쟁시 "우군화" 도모 <>종업원 지주제 활성화등 다각적인 "M&A경영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사이에 "지분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특정기업 주식매집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도 그같은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볼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자체적인 경영권 방어노력을 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되 다만 탈법적
인 행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