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국민투신 주식을 매각키로 결정함으로써 국민투신 문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총체적 부실로까지 평가되는 국민투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과연 누가 이 주식들을 인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들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우선 현대그룹으로부터 주식을 사들일수 있는 기업이 있을지는 한마디로
회의적이다.

현대그룹이 주식을 되팔 수 밖에 없도록 몰리고 있는 마당에 다른
대기업들이 나서기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게 증권가의 반응
이다.

우선 10대 그룹의 경우 사실상 투자신탁 인수가 불허된 터이고 30대그룹의
경우에도 현대그룹과 비슷한 논리로 정부의 시선이 곱지 않을 터여서 선뜻
인수의사를 표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고 개인이 나설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대그룹이 주식매도 가격을 당초의 매수가격으로 책정한다고 하더라도
주당 1만7천5백원씩 모두 9백억원대의 자금이 소요된다.

당장의 자금부담이 만만치 않다.

9백억원을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과 현대등 극히 일부의
대기업 그룹에 불과하다.

소량씩 분할 매각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지만 경영권이 없는 주식을
매수할 기업은 더우기 없을 것이다.

더구나 주식을 매수한다고 해서 국민투자신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재경원과 투신업계는 국민투신을 정상화하는데 적어도 4천억원 정도의
자금이 긴급 수혈돼야 할 것으로 진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투신은 지난 1월말현재 3천90억원의 자본잠식외에 4천억원대의 고유
재산 평가손실을 떠안고 있는등 한마디로 부실 덩어리로 알려져 있다.

1조8천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선 당장 자본잠식이라도 떨어낼
수 있는 자금력이 아니면 국민투자신탁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권계는 따라서 현대그룹의 국민투신 주식 매각 발표는 공수표로 끝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결론들을 앞질러 내놓고 있다.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주식 매각을 발표했지만 정작 매수측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현대그룹 스스로가 잘알고 있을 것이라는 지적들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번 국민투신 해프닝이 정부의 투신업 개편방안 자체가
내부적인 모순을 안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차제에 증권사의 투신
진출 문제등에 대한 기준들을 재정리할 것도 주문하고 있다.

관련법규를 보다 명확히해 기업들의 혼선을 줄이고 정부가 자의적인 해석을
할 여지를 없애는 것도 시급한 일이라는 지적들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