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증권가에 여성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점영업 뿐만아니라 펀드매니저 국제영업 선물시장등 남성들도 부러워하는
핵심분야까지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각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승진기회를 갖거나 남성만이
담당했던 직책에 새롭게 도전, 당당히 겨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합작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33개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지난해말 현재
2만8천6백17명이다.

이 가운데 여직원수는 어림잡아 약 8천명.

전체직원수의 28%에 해당한다.

대우증권의 경우 2천7백19명의 임직원가운데 여직원이 7백51명에
달한다.

8천여명의 여성증권인 가운데 가장 높은 직위에 있는 여성은 대우증권
이인숙차장(48.국제업무팀장).

지난 87년 입사한 이차장은 외국인의 국내증권 거래결제와 해외증권투자
결제 관련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으로 외국회사의 비서직을 거친데다 미텍사스대
경영대학원에서 재무관리를 전공하기도해 경력이나 업무수행능력은 남들못지
않다.

대우증권은 자본시장 개방원년인 지난 92년부터 이차장에게 국제업무를
맡겨왔다.

이차장이 고참여성으로서 자리를 굳혔다면 삼성증권의 길정하씨(25.금융팀)
는 선물분야에 도전장을 낸 신세대여성이다.

지난 94년 입사해 미국 시카고에서 5개월동안 파생금융상품에 관한 연수를
마치고 금융선물팀 매매파트에서 선물딜러로 일하고 있다.

길씨는 지난해 증권거래소에서 주최한 모의주가지수선물시장에서 1백억원의
운용한도를 갖고 6개월동안 34%의 운용수익률을 달성했다.

남자직원들에게도 선망의 대상인 "선물딜러"라는 첨단직책은 입사 1년만에
이뤄진 것이다.

한국투신의 이은영씨(24)는 지난해 업계최초로 사내 펀드매니저 양성과정을
통해 선발된 미래의 여성펀드매니저다.

이씨는 지난달초 주식운용팀에 발령받아 7개펀드의 운용보조를 맡고 있다.

정식 펀드운용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수련중이다.

여성들이 활약하고 있는 분야는 국제업무나 선물 펀드매니저뿐만이 아니다.

쌍용투자증권 김광순분당지점장(36)은 증권사야전사령관격인 지점장도
여성의 몫이 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84년 공채1기로 입사한 김지점장은 영업부 역삼동 인천 관악 강남
지점등 지점영업만 무려 10년을 넘게 해온 영업통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분당지점장을 맡아 여성최초의 지점장이 됐다.

LG증권 대전지점의 나윤호씨(26)도 여성영업통으로 손꼽힌다.

나씨는 지난해 11월 최연소 투자상담사 자격을 획득한 인물.

증권사 투자상담사는 모두 1천1백34명.

이 가운데 여성이 59명이고 나씨가 최연소다.

대전지점에서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하며 미래의 지점장을 꿈꾸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나화진대리(38)는 거래소에서 처음으로 여성대리가 됐다.

성동여자실업고를 졸업한 지난 76년 입사, 무려 19년을 근속한뒤 지난 1일
대리로 승진했다.

거래소측은 나대리 이외에도 여직원 4명이 대리시험에 합격해 여성대리가
잇따라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녀의 자리"로 여겨졌던 시장대리인도 여성이 진입했다.

삼성증권시장부 최옥정씨(24)와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 서연준씨(25)가
화제의 인물.

최씨와 서씨는 여성시장대리인 1, 2호로 주식을 사고 파는 매매 최전선
현장에서 각종 시장정보를 본사에 주고 받는 업무를 해내고 있다.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는 업무는 주식 관련업무만이 아니다.

동서증권 채권부 이주리씨(25)는 입사 1년만인 지난해 12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채권브로커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다.

한누리살로먼증권 한수영전산팀장(33)도 미살로먼브러더스 본사에서 근무한
뒤 한누리살로먼으로 옮긴 전산통이다.

한누리살로먼의 한관계자는 "회사설립을 하면서 다른증권사에 비해 여성
인력을 많이 채용했다"며 "특히 전문분야일수록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