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액면가를 기업이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자"

액면자유화 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증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요즘 해결책은 액면자유화
도입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면서 도입논의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아예 액면자유화의 필요성을 담은 공개건의서를
재정경제원에 보내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입찬성론자들은 일부 악재가 있더라도 대세적으로 경제성장이 높으면
증시가 활황이어야 하는데 우리 증시에 이같은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한계를 드러낸 고액면가제도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액면자유화는 증시바로세우기"라며 "액면가는 5천원
이상으로 한다"는 현행 상법규정의 개정을 강력하게 주창하고 있다.

액면자유화와 이에 따른 액면분할이란 무엇이며 도입의 필요성은 어떤
것인지 알아본다.


< 현행제도도입 과정 >

현행 고액면가제도는 5공때인 84년 4월 상법이 개정되면서 시행됐다.

당시 상법 제329조 4항의 "1주의 액면가는 5백원이상이어야 한다"규정을
"5천원이상으로 한다"고 개정한 것이다.

액면분할이 아니라 액면병합이 10대 1로 이뤄졌다.

주가가 단번에 10배 뛰어 고액면시대가 된 것이다.

액면자유화와 액면분할이 세계적인 추세임에도 지난 84년의 상법개정은
반대로 거슬러 올라간 것이다.


< 액면자유화와 액면분할 필요성 >

현행의 경직된 고액면가제도는 증시가 고주가시대로 접어들면 문제가 된다.

현재 삼성전자등 장세주도세력들이 고주가로 상승한계를 겪고있는 것도
변화의 여지가 없는 고액면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상승한계에 처한 이들 주식들의 파급효과는 중저가주에도 미쳐 총체적인
증시침체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특히 고주가는 일반투자자들에게 투자부담으로 다가와 증시이탈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시의 기반인 일반투자자들은 가격이 너무 비싸면 살 여력도 없을뿐더러
더이상 오를 여지가 없다고 판단,증시를 떠난다.

이런 주식이 한 둘이 아니라면 증시침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바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액면자유화와 액면분할이다.

삼성전자주식이 좋은 예다.

삼성전자는 17만원대에서 여지없이 꺾여 떨어지고 있다.

17만원이 상승한계라는 투자자들의 저항에 부딪쳐 상승한계주가 되버렸다는
것이다.

만일 액면가 5천원제도를 자유화하면 삼성전자의 고민은 해결된다.

액면을 쪼개서 1백원짜리로 만들수 있게 되면 5천원짜리 주식은 계산상
1백원짜리 주식50장(요즘은 일괄예탁제도의 실시로 발행비용에 변화가없다)
으로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싯가 17만원도 50장으로 분산돼 계산상 3천원대 저가주로
떨어진다.

대상기업이 삼성전자라면 일반투자자들이 3천원대주식을 살 게 뻔하다.

또 삼성전자주식이라면 성장성을 감안, 주가가 3천원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오를 것이다.

이것이 삼성전자 개인의 레벨업이다.

액면자유화와 액면분할은 시장전체를 이렇게 레벨업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제도하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액면가가 고정돼있어 분할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외국의 액면분할사례 >

액면자유화와 분할제도의 성공례는 미국에서 볼 수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액면가는 실로 다양하다.

1달러미만에서 12.5달러까지 있다.

1천7백개 상장종목중 액면가 1달러미만인 종목이 76%나 된다.

무액면주도 2백30개 종목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현재 액면가는 0.0002달러이다.

월마트는 0.025달러, 코카콜라는 0.25달러, 제너럴일렉트릭과 모토몰라는
각각 0.32달러, 0.75달러이다.

모두 액면분할을 거쳤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분할시기는 90년들어서는 93년만 제외하고 매년
이뤄졌다.

주가가 90년 15달러, 91년 26달러, 92년 40달러, 94년 55달러대에서
단행됐다.

90년엔 1대2, 91년 2대3, 92년 2대3, 94년 1대2의 비율이었다.

고주가가 됐다 싶으면 쪼갠 것이다.


< 액면자유화의 효과 >

증시선진국인 미국에서 이처럼 액면자유화와 액면분할이 이뤄지는 이유는
고가주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에 기인한다.

회사가 성장하면 주가가 오를 것은 뻔하다.

이런 기업성장을 액면가를 쪼개 여러 사람들이 주식투자라는 방법으로
나눠갖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당기업도 투자자증가로 직접금융을 조달하기 더욱 쉬워지는
것이다.

구태여 무상증자를 할 필요가 없다.

무상증자때보다 계산상으로도 주식발행초과금을 더많이 확보할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식발행초과금을 더많이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아무런 비용없이
거액을 회사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분할이 기업과 투자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는 것이다.

특히 무상증자를 하면 자본준비금 등 유보금을 납입자본화함으로써
납입자본금이 비대해지고 유보금은 줄어든다.

배당률도 따라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액면분할은 이같은 약점이 없다.

오히려 분할을 통해 주당 배당률이 계산상 올라간다.

이는 또 매수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

앞서 지적했지만 저가주로 떨어짐으로써 일반투자자들이 부담감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시장의 경우 70%가 떠난 일반투자자도 레벨업으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도입 찬성론자들은 확신하고 있다.

더욱이 포항제철과 한국전력의 DR(주식예탁증서)가 뉴욕증시에서 액면가가
높다는 이유로 4주와 2주로 분할상장됐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우선주가
유럽시장에서 2주로, 한국이동통신은 무려 30주로 분할상장된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바람직한 방향 >

만일 우리기업의 DR처럼 국내 증시에서도 같은 비율로 분할된다면
(액면가제한이 없다면)주가는 1만3천원, 1만8천원, 1만6천5백원, 6만
7천원대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들기업의 성장성만 보더라도 가격은 이보다 더 오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는 증시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증시는 경제성장과 규모에 맞는 레벨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풀어놔야만 활개칠 수 있는 증시를 5천원대로 묶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액면자유화를"증시바로세우기"로 보는 시각도 지나치지 않을듯싶다.

< 고기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