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를 끌어모아야할 증권사가 오히려 이들을 내쫓는
기현상이 1년여째 계속되고 있다.

그 주범은 증권사의 과도한 상품주식잔고.

지난 89년이후 증시가 침체에 빠질때마다 시행됐던 정부의 "기관순매수"
지시가 탄생시킨 "사생아"이기도 하다.

증권사영업이 투자자들에게 "한몫" 챙기게 도와주고 수입을 올릴수 있다면
이상적이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할때 증권사가 불황기에 손실을 최소화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정도"의 문제가 있다.

개인투자자중에서 증권사가 지난해 증시안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비자금
파문등의 악재로 손해보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거의 찾을수 없다.

언론사에 안타까운 처리를 호소하거나 증권감독원에 임의매매 피해를
알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십중팔구가 증권당국에 못지않게 증권사를 강도높게
비난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증권사가 자기자본 대비 55%(지난해 3월)의 상품
주식보유비율을 시장수급사정을 무시한채 지난해말까지 45%대로 갑자기
낮추었다는 것.

주가가 모처럼 오르는가 싶으면 증권사가 주식을 쏟아붓는 통에 상승기세가
힘을 잃었다는 주장이다.

난파위기를 맞은 선장이 승객의 안전부터 도모하기보다는 자기부터 살려고
했다는 항변도 제기된다.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1월초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서 한해 증시전망이 어두워지자
증권사들은 기관투자자가로서 장세 안정에 힘쓰기 보다는 1천7백14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는데 급급, 객장분위기를 악화시켰다.

이미 사놓은 "물건"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자신은 대량매도하면서
고객들에게는 "물건"값이 오를수 있다며 매수를 종용하는 증권사의 행태는
지난 2, 3월과 6월을 제외하고는 9개월 내내 계속됐다.

지난해 증권사 순매도액은 총 1조6천3백24억원.

특히 지난 3월말 현재 상품주식잔고가 5천1백억원이었던 대신증권의
12월말 잔고는 2천5백36억원으로 50.27%의 높은 감소율을 보이기도 했다.

증권사들은 지난 7월 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되자 외국인 매수세등을
이용, 지난해 월간단위로는 가장 많은 4천1백60억원을 순매도했다.

"매에 장사없듯이" 강한 매도세에 외국인도 어쩔수 없었다.

종합주가지수는 7월 14일 977.29를 기록, 6월30일보다 82.88포인트
급등했다가 9월초까지 910대로 곧두박질쳤다.

주가가 1000선을 일시적으로 상회했던 9월과 10월에는 주가상승을
억제했고 비자금파문이후에는 주가하락을 부추켰다.

증권사들도 물론 주가하락과 손절매로 평가손이 지난해 3월 8천5백50억원
에서 지난해말 1조42억원으로 늘어났다.

개인투자자들의 다른 불만은 "물 좋은" 자리로 옮기라고 권유하면서
"자릿세"만 톡톡히 챙겼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말까지 대우 LG 동서 대신등 4대 증권사의 보유유가
증권 평균규모(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주식과 현금등)는 대략 35조7천억원.

증권사가 거래를 시켜준 주식약정액은 64조2천3백87억원.

대체로 9개월사이에 고객의 주식을 1.8회 사고 팔았다는 계산이다.

물론 이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았음은 "불문가지"다.

증권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위험분산차원에서 상품주식보유비중을 30%대
까지 낮춘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만큼 이같은 매도우위현상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매도물량을 사들일수 있는 수요자층의 확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여건 개선으로 외국인자금의 끌어들이거나 아직까지도 증시투자비중이
낮은 연기금등 기관투자자들의 주식매수 확대를 유도하는 증권업계 전체의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그래서 대두되고 있다.

<최승욱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