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가사에 자주 들어가는서정 수사중의 한귀절이 바로 "피지도 못하고
스러지는 한송이 꽃"이란 말이다.

96년 벽두부터 전체적으로 한결 무거워지고 있는 주식시장의 중압감을
느끼게 되면 바로 이 귀절이 떠오른다.

지난 3년여의 회복국면에서 언제 한번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채 숱한
가랑비에 흠뻑 젖은 주식들이 이제 젖은 날개조차도 접어야 할지 모르는
시황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서이다.

이른바 장기 소외주들이다.

그 중에서도 우리 일반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주식중 하나인
은행주가 먼저 떠오른다.

과연 앞으로 은행주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동안은 주로 물량이 많아서 오르지 못한다고 수급 문제를 이유로
들어왔다.

그러나 발행주식수로 치면 아직도 물량이 전체의 21%비중을 차지하지만
시가총액으로 치면 9.3%에 불과하다.

주가수익비율(PER)을 가진 은행을 제외하면 평균 PER는 13배로 시장 평균
16배에 비해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장사가 잘 안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손님은
금융실명제 영향으로 줄기 보다는 오히려 금융 종합과세 이후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주식에 투자한 자산이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보아 적자를 내게
되었지만 다행히 은행감독원의 평가중당금 적립비율 완화조치로 적자를
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논란 때문에 다시 은행주는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런데 돈은 자꾸 은행권으로 몰려 금리는 내려가고 있는데 은행의 수익
창출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 경제는 어떤 숨통을 티울 수 있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은행의 자산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은행이 주식 매수에 가장 적극성을 보인 94년 주식투자 비중이 은행계정의
경우 총자산대비 3.7%, 자기자본대비 36.4%였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는 93년에 전국은행의 투자비중이 총자산대비 4.0%,
자기자본대비 117%였다.

결국 우리 은행들의 유가증권 자산운용구조는 오히려 일본보다 안정적
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계속 유입되는 장기저축 자금이 은행의 투자능력을 확대
시켜 줄 경우 우리 은행들은 좀더 공격적인 자산운용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얘기도 할 수 있다.

미래가 불안한 상태에서 시중 부동자금들은 점차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려
은행을 찾는 상황에서 은행주는 주식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된 주식으로
내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무위험시장과 위험시장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과연 은행주는 피지도 못하고 스러지는 꽃일까.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