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영업맨들의 삶은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다.

거액을 굴리는 기관투자가들을 만나는게 업무인지라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당장 약정고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자기부서는 물론 다른 증권사의 약정고까지 한눈에 단말기를 통해
알수 있는 만큼 실적에 대한 강박관념이 매일 머리를 짓누른다.

최근에는 증시의 기관화장세가 심화되면서 법인영업이 증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커지는 추세다.

결국 지점영업이 개인투자자들을 상대하는 소총부대라면 법인영업은
덩치 큰 기관을 파고드는 전차부대로써 약정고전쟁을 치러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부분의 약정이 허수로 채워지기 일쑤다.

거래수수료를 깎아주는 옵션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매매손을 보면서
주식을 받아안는 일도 다반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그룹계열사가 많은 증권사일수록 지원사격에 힘입어 법인약정을
많이 올리고 있는 현실도 약정경쟁에 나선 법인영업맨들의 주름살을
늘어나게 하는 한 이유다.

법인영업부의 실적은 약정고보다는 수익을 가지고 따져야한다는 지적이
타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같이 험난한 법인영업부문에서도 각 증권사에는 제각기 독특한 업무
처리와 개성으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법인영업맨들이 있다.

그중 한 명이 나효승대우증권이사. 대우증권 법인영업부의 창시자인
오호수전무와 더불어 이 회사가 법인영업부문에서 업계수위권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가 주장하는 업무활성화 방안은 DASH25운동.

역동적이고(Dynamic) 공격적이며(Aggressive) 체계적이고(Systematic)
복합적으로(Hybrid) 25시간 일하자는 뜻이다.

인수부등 여타부서를 거치면서 잔뼈가 굵는 동안 쌓였던 노우하우를
법인영업에서도 적극 활용하기위한 방안이다.

이와함께 기발한 아이디어를 발휘한 것이 더블약정운동.

기관과 증권사가 일대일의 관계에서 매매만 하는 법인영업관행에서 벗어나
기관과 기관간의 중개매매까지 담당해 약정을 두배로 올리자는 착상이었다.

그는 또 기관투자가와의 관계상 손해볼 주식을 무리하게 떠안게되는 경우
반드시 제값을 받고 처리하는 냉철한 면모로 소문나있다.

책상머리에 그 종목코드를 붙여놓고 매일 확인해 적정한 가격에 팔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철저한 직업의식의 소유자이다.

"발로 뛰어다니는 현장감이 법인맨들에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체력이 뒷받침돼야한다"는게 나이사가 강조하는 법인영업맨의
수칙이다.

옥치형 동서증권법인3팀장은 성실함을 무기로 돋보이는 약정을 올린 경우다.

그는 지난 한햇동안 모은행의 신탁계정의 한 펀드매니저를 통해 1년동안
4천억원규모의 약정을 올렸다.

그 당시 서울소재 모투신사의 1년약정이 3천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실적이라 할수있다.

이같은 성과뒤에는 묵묵히 법인영업맨의 길을 걸으면서 생사고락을 함께
할 펀드매니저를 사귀는데 기울인 땀과 고통이 배어있다.

"꾸준한 사람이 장거리 경주에서 승리한다"는 엣 격언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라고 할까.

장찬익 대신증권법인2부장은 증권계에서는 "토털 세일즈맨"으로 불린다.

단지 주식위주의 영업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발행시장 유통시장
자금시장 기업정보등 모든 내용을 팔고 다니기 때문이다.

한번 만난 기관투자가들은 반드시 그를 다시 찾을 만큼 분석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투자유망종목의 리스트를 꽉 쥐고 있는 그는 원하는 기업정보가 흐르고
있는 "파이프"라는 별칭도 갖고있다.

뱃길을 잘 아는 사공은 거친 바다일수록 많은 것처럼 생존을 위해 자신만의
독보적인 길을 개척하는 영업맨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곳이 법인영업부이다.

<김준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