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비자금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3일 증시는 개장초부터 비자금 문제가 투자심리를 짓눌러 종합주가지수가
22포인트이상 떨어졌다.

비자금수사가 한전등 국영기업체장과 은행장소환으로 확대되고 삼성전자등
일부 대기업에 대해 국세청이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악재역할을
해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벌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후장들어 정치권 사정방침과 야당의 전면 투쟁선언으로 비자금정국이
당분간 가닥을 잡기 힘들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면서 그동안 시장을 지지해
왔던 기관투자가들도 철저히 관망태도를 보여 증시는 더욱 무기력해졌다.

기관투자가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 포철 한전 LG전자등 핵심
우량주가 일제히 약세를 기록, 지수하락을 부추켰으며 은행등 대중주들도
일반매수세가 실종되며 하락행진을 지속.

당초 이번주부터 비자금파문이 진정되며 주가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던
대부분의 증권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돌출악재가 늘어나고 시장기조도
흔들리고 있다며 앞으로 상당기간 불투명한 장세전개가 불가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부 기술적 전문가들은 이날의 가파른 지수하락으로 각종 지표의 의미가
상실됐다며 급락후반등을 기대할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으로 주식시장은 경기 금리 수급등 시장내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 비자금파문및 정국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장세가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비자금파문이 처음 불거져나올때만 해도 금리하락등 기본적인
증시여건이 양호해 이번 사건의 충격을 무난히 흡수할수 있을 것으로 전망
됐었다.

그러나 비자금정국이 혼미에 빠져들고 이에 따라 최근 외국인및 기관
투자가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시장전망이 잿빛으로 바뀌었다.

최대문국민투자신탁 주식운용부장은 이날의 거래상황에 비춰볼때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시장참여가 크게 위축됐다며 당분간 하락세가
진정되는 수준의 장세밖에 장세를 기대할수 없을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인채한진투자증권전무는 최근 주식시장의 특징은 호재보다 악재가
힘을 발휘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있지만 어느정도의 골을 형성한
만큼 더이상의 투매현상은 없을 것으로 진단.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비자금사건과 관련, 증권감독원이 증권사계좌에
대해 조사를 벌일 것이란 소문이 나돌아 거액주식투자자들이 시장참여를
꺼리고 증권사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수사결과 노태우씨의 장남 재헌씨의 위탁계좌가 발견됨에 따라 노씨
친인척이 거액의 검은돈을 주식, 채권등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거액위탁계좌에 대한 검찰수사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돌기도.

증권사의 한관계자는 노씨의 자금이 유입됐다면 주식보다 채권투자를 통해
돈세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큰데도 오히려 주식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노씨 비자금 파문이 증권계로 번지기 시작하자 증권감독원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증감원은 증권계의 비자금 파문은 선경증권 인수자금의 출처,
동방페레그린 증권사 설립자금및 설립당시 특혜여부, 비자금의 주식투자
여부등이 부각될수 있다고 보고 나름대로의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증감원은 그러나 증권사 설립자금등은 허가당국인 재경원이 설명할 문제
이고 비자금의 증권계 유입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이미 내사에 들어가 있는
만큼 아직까지 증감원이 나서야할 시기는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비자금중 극히 일부라도 작전에 가담해 주가를 조작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증권회사등을 상대로 작전 동참여부를 탐문하는등 바싹 신경을
쓰는 분위기.

증감원의 고위관계자는 "검찰에서 주가조작에 대한 조사를 의뢰해올 경우에
한해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현재로서는 견지하고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노전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씨가 증권계좌를 개설한 동방페레그린
증권사에서 지난 93년 실명제 실시직후 2달동안 44계좌 1백91억원의
가명계좌가 실명전환 된 것으로 드러나 주목받고 있다.

증감원은 동방페레그린 증권사가 당시로서는 신설증권사였기 때문에
계좌수에 있어서는 여타 증권사에 비해 적지만 계좌당 전환금액은 평균
6억1천8백만원으로 전체증권사 평균치 1억6천5백만원의 3.5배에 달했다고
밝혔다.

< 정규재.이익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