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대통령의 비자금파문이 제2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증권 보험권에도
비자금이 숨어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노씨 비자금 은닉과 관련 선경증권과 동방페레그린증권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선경증권은 노씨의 사돈관계를 맺고 있는 선경그룹 계열사인데다 지난
92년 선경증권 전신인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면서 인수자금 6백여억원을
노씨로부터 받았다는 김원길의원의 주장이 그 구체적 사례다.

또 노씨의 사돈인 동방유량과 홍콩계 페레그린증권과 합작한
동방페레그린도 주로 법인과 "큰손"들의 뭉치돈이 흘러다니는 외국계
지점으로 비자금이 숨기에 적당한데다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데도
유리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증권사들은 감독당국이 증권사의 자금동향을 매일 관찰하는
상황에서 비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며 항간의 비자금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다.

비자금이 증시에 숨어들었다면 주식보다는 장기채등 채권에 투자됐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증권계 사람들의 지적이다.

장기채의 경우 무기명으로 거래되고 10년 또는 20년이나 되는 만기까지
팔지 않고 보유해도 연3-5%의 이자를 보장받게 돼 지금은폐수단으로 적격
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주식은 개인이 10억원이상을 투자하면 말많은 증권가에 쉽게
드러나지만 법인이름을 빌려 주식을 살 경우 거액의 비자금을 숨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양생명에 1백억원의 비자금이 들어갔다는 박계동의원의 폭로성 발언이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보험사의 5년이상 저축성보험도
비자금은닉수단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업계는 보험특성상 가명이 있을 수 없고 중도해약시 원금조차 되찾을
수 없다는 점과 수익도 타금융상품에 비해 크게 뒤진다는 사실에서 그
가능성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1건당 가입한도도 5억원(93년까진 3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거액자금의
도피수단으로 부적격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보협회는 자체조사결과 지난94년 4월부터 올3월까지 3억원이상
일시납보험 계약은 총52건에 1백72억원, 올4월부터 9월15일까진 9건 30억
4천만원에 불과해 거액의 비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각보험사들이 거액일시납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합의차명방식으로 거액을 3-5억원으로 나누고 몇명 대형사에
분산예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송재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