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존재의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산업자금 조달에 있다.

증시는 의제자본을 창출하면서 자본의 효율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러나 최근들어 증시자금조달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일말의 우려감도 자아내고있다.

예를들어 삼성그룹의 자금조달(유상증자)은 금융기관을 제외한 상장기업
전체 자금조달액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8월말현재 1조1천억원을 주식에서 조달했고 회사채를 합하면
1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물론 삼성으로서는 잘하고 있는 일이다.

1조원이 넘는 주식을 발행하고도 최고의 주가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더구나 다른 회사들로서는 배워두어야 할부분이다.

삼성그룹은 올들어 전자 한기업에서만도 1조원이 넘는 반기이익을 올려
화제를 모았었다.

경영실적은 주가에 반영되고 이는 다시 자금조달을 원할하게 하는 소위
"선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지나친 자금의 편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경기의 양극화외에도 자금시장에서의 편중현상으로 2.3중의
고통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제한된 자금의 풀(Pool)에서 우량기업이
자금을 쓸어가고나면 중소기업의 몫은 없다.

당국의 증시자금관리에도 문제가 전혀 없다고는 할수없다.

당국은 증시침체를 이유로 그동안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엄격히 통제해
왔다.

올들어서는 제조업체의 증자가 자유화되긴 했지만 기업공개만은 여전히
엄격한 관리를 받고 있다.

그래서 1백50여개의 기업들이 증시에 주식을 상장시키기 위해 지금도
길게 줄을 서있다.

1개 그룹의 증자가 1조원이 넘는터에 백억원이 안되는 중소기업이
기업공개를 못해 긴줄을 서있는 것은 보기에도 딱하다.

더구나 수십억원의 돈만으로도 이들 기업은 살기도하고 죽기도하는 것이다.

몰론 증시는 자유주의 철학이 관철되는 곳이고 정부의 개입은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증시가 특정기업의 독무대가 된다면 이는 우려할 상황이고 여기에
정부 개입의 책임과 정당성이 있다.

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요망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