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직원피살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증권계의 가장 큰 부조리로
지적되고 있는 시세조작 즉 "작전"과 이에 많이 이용되는 차명계좌의
만연정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방페레그린증권 이형근대리를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일은증권
이원석대리와 오직일씨도 경찰에서 차명계좌에 있는 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증권사의 차명계좌는 성격에 따라 세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단기간에 시세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증권사직원을 중심으로한
이른바 "작전세력"들이 수십개의 계좌를 여러 증권사지점에 동시에
개설하는 경우이다.

이는 증권사직원이 작전종목의 급등에 따른 당국의 시세조종혐의조사를
회피하기위해 전주의거액자금을 미리 잘게 쪼개 분산시키려는 것이다.

증권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시세조종혐의를 잡는데 반년씩
걸리는 것도 이들 작전세력이 교묘히 차명계좌로 투자자금을 분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형근씨 살해사건만 보아도 작전세력들의 차명계좌실태를
쉽게 알수있다.

특히 작전세력의 차명개설은 서로 다른 증권사직원들이 점조직으로
연결돼 치밀하게 이뤄지는게 특징이다.

두번째는 증권사직원이 자기매매를 위해 가족이나 친척의 명의를
빌려 개설하는 것이다.

약정고에 시달려야하는 증권사직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갖고있는
차명계좌 역시 실명제위반일 뿐만 아니라 증권임직원 증권매매금비규정과
관련,엄연한 실정법위반이다.

직원들은 차명계좌를 개설한후 자신의 책임아래 주식을 매매,약정을
올리는게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있다.

증권사감사실관계자들조차 이경우 민원발생가능성이 희박해 엄격한
감사에도 불구하고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힌다.

마지막으로 일부 증권사직원들이 고객에게 차명계좌개설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는게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자백이다.

이를테면 10억원이상의 뭉칫돈을 한종목에 투자할 경우 증권거래소의
이상거래자동검색시스템에 걸려 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될 가능성도
있는만큼 이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의도에서 차명계좌를 만들도록 한다는
것.

또 계좌를 몇개로 분할할 경우 고객 한사람이 계좌수만큼 증권사로부터
더많은 신용융자를 끌어쓸수있어 영업직원입장에서도 약정을 극대화할수
있는 잇점이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에 차명개좌를 개설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잔고통보사절신청서를
제출, 명의를 빌려주거나 도용한 사람과의 문제발생가능성을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1년에 한번쯤있는 자체검사나 증권당국의 특별감사에서도
쉽게 발견되지않는게 특징이다.

이같은 차명계좌는 금융실명제를 위반하는 것은 물론 이번 이대리사건처럼
작전에 이용돼 일반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또 증권시장에 대한 불신감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근절이 시급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물론 주가하락으로 손해를 보게된 고객이나 이름을 빌려준 차명인이
문제를 삼는 경우도 없지않다.

이경우 증권사들은 근본적으로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당사원만의 문제로
간주,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 이를은폐하려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휴면계좌를 이용하거나 뭉칫돈들이 돈세탁을 목적으로 차명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는 거의 발견되지않고있다는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의 실명전환율은은 지난 6월말까지 금액기준으로는
98.8%,계좌수로는 70.3%가 실명확인율및 실명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실명확인계좌중에서 가족명의의 계좌까지 합하면 차명계좌
비중이 30%에 달하지만 이번 살인사건배경이 된 성격의 작전용과 약정
높이기용 차명계좌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보고있다.

< 이익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