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국제 금융부 직원들은 신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환율이 변할때는 환율변동에 적합한 상품을 내놓고 이자율이 변동할때는
이자율변화에 맞는 상품을 개발한다.

그런가하면 경영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또 이에 맞도록
조건을 붙인 상품을 내놓는다.

어떤 상품을 개발하던지 발행회사에 유리하게 하면서 시장에서
판매할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율 이자율등 경제변수의 변화에 그에따른 수요의
변화를 주의깊게 관찰해야하고 동시에 발행회사의 여건을 감안해야한다.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해외증권중에서 아직까지 전무후무한 신상품으로
남아 았은 것은 대신증권 노정남남이사(당시 국제금융부장)과 미국
골드만삭스 서울사무소의 안종원사무소장에의해 개발된 포철의 ERB
(주식상환증권)로 알려져있다.

지난 92년 1월 선보인 이 상품은 전환사채에 발행회사가 일정조건(만기전
3년간의 자기자본비율이 평균 20%이상)을 갖출 경우 만기에 채권 또는
주식으로 상환할수있는 권리를 가지는 점이 특징이다.

따라서 주가가 오를 경우에는 전환프리미엄을 발행회사가 가지게 되는
셈이다.

이들은 당시 2만9천원인 포철주가가 만기까지는 크게 오를 것으로
보고 이같은 상품을 개발해 현재 완전히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있다.

한솔제지의 이연희 자금부장과 J.P모건은행의 허용학서울지사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변동금리(FRN)를 접목시킨 상품을 업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자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지난 1월 일반 채권에만 많이
활용되던 변동금리조건을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채권부문에 적용시켰다.

이후 기아자동차에서도 활용한 이 상품은 최근 금리하락으로 발행사에
상당한 이득을 안겨주고있다.

엘지증권의 허태수부장과 이종관과장은 신상품개발에 관한한 업계
선두라는 자부심을 갖고있다 미국에서 재무론으로 MBA를 취득한 이들은
대학에서 공부한 지식과 해외출장에서 조사한 고객들의 수요변화를
신상품개발에 십분 활용하고있다.

허부장은 91년에 기아자동차의 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할때 경영권을
보호하기위해 업계 처음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조건(세도우 보우팅)을
달았는데 최근 대부분의 회사들이 이를 활용하고있다.

이과장은 이자율을 종합주가지수에 연동하도록하는 복합증권(SEN)을
지난 92년 처음으로 개발한데이어 이자율이 높아진 올해초에는 국민투신의
주식형외수펀드에 전환사채를 30% 편입해 해외 채권투자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있다.

주식과 채권 양면성을 가진 전환사채를 활용해 채권수요자들에 맞는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이외에 쌍용투자증권의 박종만부장과 삼성증권의 이광남부장 그리고
스위스은행은 지난 4월 업계 알파인채권을 선보여 스위스프랑화의 강세를
대비하고자하는 기업의 자금담당임원으부터 많은 관심을 얻고있다.

증권업계 국제금융부직원들은 이처럼 시장 환경의 변화에 맞춰 신상품을
계속 개발하고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힘든 정도 적지 않다.

인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면 자칫 무리한 조건을 내세워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한다 또 중소기업들이 발행한 해외증권은 인지도가 낮아
해외에 나가있는 해외투자자가가 아닌 국내은행 현지법인에 판매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힘들게 개발한 신상품을 규제에 묶여 빛도 보지도 못하고 썩히는
경우에 이들은 능력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에대한 규제가 완화되고있고 선물과 옵션 시장이
마련될 예정이어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이들은
스스로 위안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3일자).